[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장 [시간]4. “이때는 좋았지”라는 말로만 남은 풍경들

by 박동욱

한때는 그 말이 낯설었다.

"그땐 좋았지"

누군가의 입에서 무심히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무엇이 좋았단 말인가?

지나간 시간은 늘 부족했고,

계속 뭔가를 따라가기에 바빴다.

추억할 여유보다는

살아내야 할 현실이 앞섰으니까.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

골목을 누비던 발소리,

군고구마 냄새,

겨울이면 얼었던 학교 수도꼭지.

그 모든 풍경들이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좋았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던 것도 아니었고,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 속의 나를

묘하게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스쳤을 때

가슴 한쪽이 조용히 떨렸다.

한때 여행지였고,

지금은 기억이 되어버린 그 곳.

바다를 따라 걷던 해질녘,

카페 창 너머로 바라보던 사람들.

그 장면들이 말없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땐 좋았지…”

그 말은 이제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다.

그건 내가 지나온 시간에 보내는 미소이자,

그 기억을 꺼내어

잠시 쉬어가는 숨결 같은 것이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감정이 더 풍성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기억의 습도,

마음의 질감,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더 정교해지는 느낌.

그래서 이제는 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나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이전 04화[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