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위에서 나를 마주하다
#에필로그

에필로그 나는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다

by 박동욱

한때,
나는 글을 사랑했다.
단어 하나에 오래 머물고,
마침표 하나에도 마음을 얹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글을 쓰는 순간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진실한 시간임을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삶은 점점 무거워졌고,
마음은 조용히 굳어졌다.
쓰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쓰지 못한 시간이 쌓여
나는 점점 나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펜을 들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그저 나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래 닫혀 있던 감정들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글은 멀어질 수는 있어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문 앞에서 다시 나를 마주한다.

나는 완벽한 글을 쓰려하지 않는다.
모두의 공감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의 나,
지금의 마음,
흘러가는 감정을 붙잡아
나를 기록하려 한다.

글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는 문장으로 대답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는 방식이자,
이 세계에 나의 존재를 남기는 조용한 방식이다.

나는 이제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멈추지 않으려 한다.
글은 나의 숨이고,
나의 온기이며,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모든 문장이

나를 사랑하게 될 기록이 되기를 바라며.

그러니 나는,
다시 그리고 계속,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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