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글향음( 노래와 글로 삶의 향기를 음미하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벌레가 있다.
그건 대충이다.
나는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다.
때로는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오해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식사를 차려 줄 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름대로 플레이팅 해서 준다.
어느 날 큰 딸에게 물 좀 갖다 달라고 하니 제일 이쁜 컵에 컵 뚜껑까지 해서 주는데 순간 내가 귀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근데 나 자신을 위해서는 대충 할 때가 많다.
옷도 대충 입고, 아침도 그냥 대충 때우고, 운동도 대충 한다.
요즈음 반대로 하고 있다.
나한테는 완벽하게 남한테는 대충 한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관계가 좋아졌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이 뒹글 뒹글 해도 대충 넘어간다.
대충은 가장 무서운 벌레가 아니었다.
대충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벌레다.
대충이 왔을 때는 내가 지친 거다.
그때는 이제는 좀 쉰다고, 나를 살피고 나를 토닥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 자신을 놓을 때도 필요하다.
커피소년의 ‘대충 해요’는 잔잔한 피아노 반주와 커피소년의 목소리는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오늘부터 나는 대충을 키워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kb_fzc2A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