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3화. 정산소종(正山小種)의 향기, 불가리 블랙

청명淸明에 어린잎을 힘들게 따서 만들며,
다섯 번을 우려먹고도 남은 찻잎을 무쳐 먹는다는 청명 차.
마시기도 전에 향에 반해 향수로 만들고 싶었던 그 차를 잊지 못해,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다시 그곳을 찾았다.

차는 서양의 향기라기보다는 동양적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비한 차의 향기를 향수에 담아보려는 많은 향수회사들의 노력이 지속되었다.

어느 날 기존의 녹차 향과는 달리 중국에서 역대 황제에게 진상해온 고귀한 차인 정산소종正山小種인 블랙 티를 원료로 한 오리엔탈 우디 앰버 계열(동양적 느낌이 강한 나무와 동물 향의 계열)의 향수를 만들었다.

바로,

불가리 블랙.jpg




불가리BVLGARI(고대 알파벳 표기법에 의해 BVLGARI라고 표기됨)는 1905년 그리스의 소티리오 불가리가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한 회사로 특히 그의 향수 블랙은 불가리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차 잎을 소나무 등의 목재 불로 그을렸기 때문에 독특한 스모크 향이 있는 아주 매력적인 향수로 남성적 느낌이 강하게 지니고 있지만 여성들이 즐겨 애용하는 것은, 기존의 향수가 주지 못한 그것.


향을 통한 일탈을 선물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특유의 냄새를 승화시킨 대담하고 도시적인 향으로 현대인의 쾌락과 자유를 표현하며, 크롬 캡과 투명한 유리에 최첨단 고무매트를 접목하여 심플하고 미니멀Minimal(최소화)한 모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차 향기가 불러오는 한 여인의 초상이 있다.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a의 장갑을 낀 젊은 여인Young Girl with Gloves 속의 그녀.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초상’으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강렬한 해와 뜨거운 바람, 메조소프라노의 소리, 그리고 블랙 티의 치명적인 향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자태는 빛이 통과하듯 투명하고 깨끗하며, 바람이 지나가듯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다.

물결치듯 팔랑거리는 옷의 유희는 깊은 산의 밝고 투명한 빛과 함께 부드럽게 부는 바람과 같고, 짙은 녹색의 옷감은 은은한 녹차의 향으로 그녀의 얼굴에 밝은 빛과 신선하고 맑은 바람 속에서 자라난 싱그러운 녹차의 향기를 풍기게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예측할 수 없는 그을림이 가득한 블랙티의 지독한 사랑이 느껴진다.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a)의 장갑을 낀 젊은 여인(Young Girl with Gloves)




불가리 블랙의 향기는 랩상소우총Lapsang Souchong(푸젠성 우이산 성 촌진 일대에서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차 중 하나로 솔잎을 태워서 그을려 만들어서 소나무 향이 나며 어두운 오렌지색으로 부드러운 맛을 지녔다)라 불리는 정산소종正山小種의 향이 가득하다.

너무나 짙은 향이라 향이 아닌 차로 마시기에는 힘든 차.

좋은 차는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코로 마시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나의 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통로를 따라 느낌이 좋은 후각의 풍경을 재구성하며, 또한 세속과 성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고귀한 영혼을 그 속에 담기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성전 앞에는 언제나 향과 꽃이 만발하다.

이는 성스러운 향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향은 그 즐거움을 느끼는 데 있다.

그것은 향의 세계에서 엮어지는 미묘한 정서와 관념을 일으키는 쾌락이다.


향의 매력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부에 있는 열망을 표현한다.

향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의 숨겨진 면을 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인격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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