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4화. 황금을 지닌 향기, 오르몽드 제인

여행에 지친 나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런던의 뒷골목을 걷기 시작하였다.
좁은 길을 걷다 보니 걸음걸음마다 다른 냄새가 스쳐간다.
길가의 나무와 풀, 오래된 집, 쓰레기 더미
그리고 상점에서 나는 갓 구운 바게트와 과일과 채소의 향

나는 배도 채우기 전에 그 모든 냄새에 익숙한 세상과 조우하는
다소 특이한 경험을 하였다.


런던의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름의 퍼퓸 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는 아닐 수 있지만 독특한 향취와 천연 향유를 주로 사용하여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 말론JO MALONE, 플로리스Floris London, 아닉 구탈Annick Goutal, 펜할리곤스PENHALIGON'S, 오르몽드 제인Ormonde Jayne같은 다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소수를 위한 향수들.

이것들을 니치향수Niche Perfume(틈새란 뜻으로 진품 향수를 의미)라 부른다.


그 중 동남아시아 황금사원의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는 니치 향수의 모든 것.

ormond jayne.png

카다뭄, 블랙헴록(미국 솔송나무), 재스민, 세다우드와 샌들우드 등을 조합한 플로랄 우디 계열의 향으로, 향기를 맡는 순간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현대 여인에서부터 아득한 태고의 시간까지 관통하고, 블랙헴록의 깊은 맛과 재스민 앱솔루트의 화려함이 마치 황금으로 된 사원을 걷고있는 왕비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향은 한 시대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특정 지을 수 없는 시간의 공존을 허용하고 있기에 향기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각의 세계를 떠오르게 하며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황금의 향기는 18세기 영국의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Sir. Joshua Reynolds경이 그린 사라 캠벨Sarah Campbell의 느낌과도 같다.


초상화의 여인은 우아하나 화려하지 않은 드레스와 우뚝 솟은 헤어스타일과 모자, 그리고 빨갛게 물든 뺨의 빛으로 인해 황금사원에 피어있는 프랜지파니Frangipani (하와이 재스민으로 불리는 라오스 지방의 하얀 꽃) 꽃밭을 떠올리게 한다.


Sir_Joshua_Reynolds_-_Sarah_Campbell_-_Google_Art_Project.jpg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 경의 사라 캠벨(Sarah Campbell)




오르몽드 제인은 린다 필킹턴Linda J Pilkington에 의해 설립된 런던의 퍼퓸 하우스로 그녀의 향수는 종종 독특한 재료를 향료로 사용해서 놀라움을 준다.


열네 살 때부터 향수와 향료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꽃이나 기타 향료가 될 법한 것들을 보면 향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들의 용도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향료로 쓸 것 인가를 고민한다는 린다 필킹턴.

조향사가 되기 전에 그녀는 런던에 있는 일본계 비료회사에서 일했으며, 샤넬에서 향초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때부터 조향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향수 브랜드 오르몽드 재인의 향은 동양의 신비한 꽃들을 사용한 다양한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오스만투스Osmanthus(일본과 중국에 피는 열대과일 향의 꽃), 톨루Tolu(톨루발삼의 향), 샴파카Champaca(인도에서 피는 작고 옅은 오렌지 꽃), 삼파귀타Sampaguita(필리핀의 국화로 작고 하얀 별같이 생긴 꽃)등 이것들을 원료로 사용하여 향수로 만들고 이 이국의 향재들로 향수들의 이름을 붙여준다.



자연에서 향기를 포집한다는 것은 식물의 채취와 추출, 수많은 꽃잎과 나무의 수지를 모아서 에센스를 뽑아내는 것이다.

이 힘든 과정을 통해 얻어낸 향은 그 자체는 아름답지만, 필연적으로 처음과는 거리가 멀어지게된다.


향료와 향목(香木)은 찧을 때 더 좋은 향기가 나는 것처럼, 향의 원료인 식물은 하나의 아름다운 향기의 원천이 되는 에센스를 만들기 위해서 철저히 자기의 모습을 잃고 변형되며 모든 것을 버린다.


자신을 포기한 그 희생이 아름다운 향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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