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동양의 신비를 담은 향기, 살리마 오 드퍼퓸
봄이 왔다.
연못물과 정원 묘목의 푸르름이 하오의 가벼운 바람에 녹아 흘러간다.
바람이 전과 같지 않다. 나른함이 전해져 온다.
귀를 기울이면 먼 곳으로부터 아득한 소리가 들려온다.
향을 맡지 않고 듣는다고 한다.
때론 향을 들음으로써,
향기 그 자체를 넘어 깨달음으로 치달으며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어느새 내 몸은 봄도 듣고 봄 내음도 들으며 파리 북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925년에 자크 겔랑에 의해 만들어진 살리마Shalimar (산스크리트어로 ‘사랑의 사원이라는 뜻’)는 400년 전 무굴 황제 샤자한이 아내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기리기 위해 지은 타지마할Taj Mahal궁전과 둘의 사랑을 모티브로 해석을 한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다.
향수병은 유리 전문회사 바카라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곡선의 아름다움이 향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자크 겔랑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에틸바닐린(천연바닐라의 대용 합성향료) 분자를 지키Jicky향수의 어코드(주요 성분 방향)와 블렌딩(조합)하여 새로운 향기를 창조해냄으로서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밤낮을 잊고 몰두한 이 관능적인 크리에이션을 통해 순수한 오리엔탈 향수를 위한 길을 닦았던 것이다.
후에 샬리마는 1985년에 출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한정 제품으로 발매되기도 하였다.
육감적이고 관능적이며 매혹적인 향을 가진 살리마의 탑 노트는 수많은 꽃과 베르가못으로 만들어져 낯설고 신선한 바람을 느끼게 하며, 아이리스와 재스민, 오포파낙스 그리고 장미가 섬세하고 신비한 미들 노트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바닐라와 통카빈의 따스함이 깊고 오묘한 동양적인 관능의 향이 베이스 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살리마가 서양의 향수에서 동양의 관능을 묘사하고 있듯이, 우리는 서양의 명화를 통해 관능적 동양을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 Jan Vermeer van Delft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La jeune fille à la perle로 그녀의 표정은 매우 직설적이다.
머리를 감싸고 있는 푸른 터번과 대조되어 너무 맑고 투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는 도발적인 입술!
10대의 어린 소녀, 이 모델의 정체는 알 수 없으며, 밝힐 수도 없다.
다만 순수의 모호함 속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모습에서 타지마할의 여인과 살리마를 동시에 느낀다.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묶어 놓은 듯 묘한 표정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상상 속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림의 배경이 되는 네덜란드의 도시 델프트 또한 베르메르와 소녀, 그리고 동양의 신비를 이어가는 중요한 곳이 된다.
하우스 오브 겔랑의 시작은 1828년 파스칼 겔랑Pierre-François-Pascal Guerlain에 의해 리볼리 42번가에 있는 뫼리스Meurice호텔 1층에 '향수 및 식초 제조자'라는 이름의 부티크를 오픈하면서였다.
이때부터 180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겔랑은 시대를 아우르는 향수 전문회사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공유하게 되었다.
겔랑 가문의 조향사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발명하고, 도전하였으며, 크리에이터와 장인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
그렇게 쌓아 온 전문 기술은 겔랑이 자랑스럽게 이어가고 싶은 유산이기도 한 것이다.
세상은 사람과 물건에만 향기가 있는 줄 알아 향기로운 냄새와 구린내를 구별한다.
하지만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의 냄새가 어떤 줄은 알지 못하며, 그것이 상처가 되는지 치유가 되는 것인지 분간을 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은 아는 사람은 자신의 냄새가 깨끗하여야 한다.
그래야 시, 공간에 대한 냄새를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기로운 것이 무엇인지, 누린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이 함께 있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둘이 섞여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 둘은 함께 있을 수 없으며, 한 공간에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한 그릇에 담는다면, 곧 냄새가 섞여 향기는 사라지고, 결국 그릇에는 누린내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Olfactory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