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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후각기억 재현시스템(OMRS)

미메시스, 즉 '이데아의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형태이며, 인간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지각하는 구체적인 사물들은 이 이상적인 형태가 그림자와 같이 어렴풋이 재현된 것이다. 따라서 화가·비극작가·음악가는 모방된 것을 다시 모방하는, 진리로부터 2차례나 떨어진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 관해 말하기를 보다 높은 상태에서 보다 낮은 상태로 떨어지는 인간의 '행동의 모방'이라고 강조했다.주1)


마치 인위적 미메시스라고 할까? 뇌의 후각기억을 시스템과 연동하여 재현시키는 방식인데 이것은 조향사들이 무려 천가지이상의 향을 기억할 수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은 100여종 정도의 냄새를 기억할 수 있다. 물론 타고난 후각의 소유자인 경우는 더 많은 냄새를 기억할 수 있지만 말이다. 조향사들은 타고난 감각과 아울러 섬세하고 집중적인 세밀한 훈련을 통해서 후각기억의 영역을 높인다. 사실 인위적인 디지털후각재현시스템은 재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냄새를 정확히 재현시키기 어렵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각자 필요에 따라 냄새를 정확히 분류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이 있는 것이다.


이 장치는 두 개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냄새를 기억하게 하는 장치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억된 냄새를 재생하는 것이다. 사물의 냄새는 사람에게 있어서 타고난 감각과 경험에 의해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사물의 냄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령 장미의 향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겨져 있는가는 사람마다의 순간의 경험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장례식장에서의 장미,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한 장미, 아이가 담장에서 따다준 장미 등 우리에게 기억되는 장미의 향기는 각기 자신만의 경험으로 달리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향기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냄새를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로 인해 우린 그 냄새를 한정시켜 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그것들은 감각적 기억만으로 경험할 뿐이다. 어떤 향기를 맡았을 때 어떠한 단어에 앞서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냄새와 함께 연상되었던 현상의 기억으로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 그 자체인 것이다.


냄새 식별에는 냄새 인식과 달리 제시된 후각 자극의 특정 표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악취 식별 성능은 냄새와 언어 사이의 약한 결합 때문인 것으로 가정되었다. 그러나 이 가난한 연결은 인간의 후각 기관에 의해 부과 된 한계 때문이 아니라 냄새를 점진적으로 배우는 방법과 시각적으로 식별 가능한 자극처럼 냄새의 명명에 공식 교육이 없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주2) 인간이 냄새를 구두로 식별 할 수 있는 능력은 수백 가지 냄새를 구별 할 수 있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매우 제한적이다. 후각 자극에 대한 식별 및 부여의 어려움은 언어적 의미 해석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이에 따라 점점 더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냄새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주3)


프루스트의 해법은 서로 분리된 우연적 인물들의 진정한 융합, ‘나’와 ‘그’의 융합 속에서, 경험을 초월하는 어떤 시점에서 대화적인 것을 극복하는 데로 나아간다. 프루스트도 그 시대의 다른 미학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해법을 침묵 속에서, 무언의 동화 행위 속에서 찾아낸다. 그 동화 행위의 원형은 종교와 유사한 의미에서의 먹는 행위 –마들렌의 과자를 먹듯이-다.주4)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양 철학에서 전승된 미메시스 개념은 1950년대 이래 고전 문헌학적 연구를 통해, 주어진 어떤 대상을 단순히 비생산적으로 모방한다는 뜻을 넘어 ‘표현 Expression’ 또는 ‘재현 Reprasentation’의 의미를 띠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시간 습관과 실제적 시간감각은 한 문화권과 한 시대 그리고 한 사회계급에서 시간을 구성할 때 “양식의 통일성”을 보증한다. 양식이라는 개념은 시간을 다루는 일의 심미적 차원을 가리킨다. 유년기 세계에 대한 기억들에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향, 목소리, 소음이나 냄새와 촉감도 큰 역할을 한다. 이 비가시적인 인상들이 이미지들을 알 수 없고 의식할 수 없는 것으로 변형시킬 때도 많다. 그리하여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공기 속 소음”이 언급된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보고 듣는 일뿐만 아니라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행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와 관계를 맺고 그 체계와 유사해지며 그 세계를 읽는 아이의 미메시스 능력은 벤야민의 견해에 따르면 언어와 문자 속으로도 진화한다.주5) 이 언어라는 매체 속에서 사물들은 예전처럼 더 이상 직접적으로 예언자나 성직자의 정신에 따라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들의 정수精髓, 지극히 민속하고 섬세한 실체들, 사물들의 독특한 향들이 서로 만난다.주6)


미메시스 개념을 사용하면 시뮬라시옹 개념과는 달리 사람들이 다가가고 스스로 유사하게 만드는 어떤 외부, 그러나 스스로 그 속에서 ‘해체’될 수 없는 외부, 따라서 차이가 존속하는 그런 외부가 존재한다. 이 외부는 미메시스 과정에서 감각과 상상력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 음향, 촉각, 후각, 미각의 세계로 전이되는 가운데 아이의 숨길 수 없는 신체성에 결부된 생생한 경험이 생겨나게 한다,주7)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모방'('복제'라기보다는 '재현'의 뜻)이라는 뜻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메시스를 자연의 재현이라고 말했다. 플라톤에 의하면 모든 예술적 창조는 미메시스의 형태이다.


즉 '이데아의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형태이며, 인간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지각하는 구체적인 사물들은 이 이상적인 형태가 그림자와 같이 어렴풋이 재현된 것이다. 따라서 화가·비극작가·음악가는 모방된 것을 다시 모방하는, 진리로부터 2차례나 떨어진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 관해 말하기를 보다 높은 상태에서 보다 낮은 상태로 떨어지는 인간의 '행동의 모방'이라고 강조했다.


셰익스피어는 배우들에게 말하는 햄릿의 대사에서 연극의 목적을 '말하자면 자연 그대로를 비추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예술가란 재료를 능숙하게 선택하여 표현함으로써 인생의 활동에 대한 의도적인 모방을 추구하는 자들이라 할 수잇다.


현실의 문제를 후각적 의례와 같은 관념적 세계에 기대어 해결하려고 하거나 문명의 냄새를 배척하는 것은 이성적 사회에 대한 강한 부정의식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 민족이 만든 사회적 실존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역사적 상황이 만든 문화주체성이 더욱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후각적 지각은 생물학적 존재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심리이다. 사회적 실존성은 최하위이며, 서구 문화가 민족 문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했는가를 보여주는 측면이다. 때문에 문명적 후각 이미지는 당대의 실존적 상황과 문화적 가치관에 대한 감각적 지각을 냄새의 정신지향성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주8) 곧 문명적 후각의 지각은 그들이 가치고 있는 가치관과 실존성에 연연하여 또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사회적 현실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이런 후각적 의식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시각적 감각에서 보자면 민족적 힘의 상실이자 냉엄한 문화적 현실의 패배라 단언하겠지만 후각적 감각에서는 그것을 생래적인 인간으로서의 본능적 존재성과 사회적인 실존성을 폭넓게 아우르는 신체적, 정신적, 역사적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주9) 실존적인 냄새는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할 수 있다


원시 인간은 오감 중에서도 먼저 후각인 코를 킁킁대면서 냄새를 맡는다. 이것은 물체의 냄새를 공기의 흐름을 통해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를 선택하고, 위험을 예감하며, 적과 아군을 구별하고, 짝을 찾는데 필수적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또한 후각은 적과 짐승을 경계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고, 종족의 생존 유지를 위한 필수도구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릴 때 사진을 보거나, 편지를 읽거나, 비디오테이프에 기록된 영상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시간의 무게는 추억을 구체화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된장국 냄새를 맡거나, 지나가던 여인의 향기에서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냄새로 포착하는 사람만의 독특한 후각 기억 장치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인은 후각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같은 종류의 냄새를 아주 오래 맡고 있으면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냄새라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자극으로 인한 반응은 감각 모두에 나타나는데, 반응이 점차 둔해지는 것을‘순응adaptation’이라 하며 이 순응은 곧 후각의 적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응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강렬한 향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젊은 사람일수록 머스크노트와 같은 강한 향수보다는 부드러운 그린, 아쿠아 등 상큼한 향을 권하고 싶다. 젊음은 그 자체로 좋은 향기를 내기 때문이다. 향은 바로 그런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은 영화 ‘매트릭스’의 강력한 모티브가 된 책이기도 하다. 특히 ‘매트릭스’ 3부작의 첫 편에는, 주인공 네오가 속이 비어 표지만 남아 있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꺼내는 장면을 삽입하여 이를 암시하였다.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말하며, 시뮬라시옹(simulation)은 시뮬라크르가 작용하는 것을 말하는 동사이다. 이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되므로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주10)

이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고 있는 향기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의 대부분이 합성착향료로 향기를 내고 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사실 오렌지나, 딸기, 그리고 캔 커피와 수많은 차 종류의 음료의 맛과 향기는 재현된 것이지 실제가 아니다. 실제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의 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재현된 가공의 냄새가 실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료에 있어 합성향의 섭취는 가상의 음료를 먹는다는 사실 이외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고려해야 하며, 우리의 아이들은 실제와 다른 가상의 향기를 실제라고 믿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사실 초기 합성향의 개발은 추출할 수 없거나 생산량이 적어 비싼 가격 때문인 것과 향수에 있어 단조로움을 피하고 좀 더 다양한 향을 내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래서 많은 합성 향들이 개발되었으며, 특히 여러 가지 향을 배합하여 만드는 향수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것은 조향사의 예술적 감각을 넓혀 아름다움을 추구한 긍정적인 면도 가져다주었지만, 이러한 다양한 향의 세계는 과학과 예술을 넘어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갈구하게 만들었으며, 이 세상에 없는 독특한 향의 세계를 부추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세상의 실현은 이카루스의 밀랍처럼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실제로 냄새의 재현은 이론과는 다른 독특한 구현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첨단 기업이 추구하는 합성 향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풀어 가야할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든지 냄새만큼은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각자의 후각기억과 선호도가 다르기에 획일화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미래의 기술이 냄새를 통제하려고 한다. 사람의 생각과 기억을 만들어진 냄새에 접목시켜 획일화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게 되는 후각의 세계는 실제 존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인 셈이다.


합성향의 천국은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생활의 즐거움과 생생함을 전하려고 하겠지만 결코 우리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느끼고 기억하고 있던 후각기억은 매트릭스의 세계 속에서 어떤 것이 가상이고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테니까 말이다. 각자가 느끼는 냄새의 이미지와 후각기억은 다른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공간과 사물의 냄새를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어 상상과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냄새를 현실화시켰다고 하자 그 다음엔 우리의 후각 기억과 이미지, 환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냄새는 감각의 일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질의 향상과 심신의 안정에 대한 욕구,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자하는 능률의 충족까지도 고려하게 되었다.


리얼리티 향의 적용은 주로 식료품의 맛을 내기위해 천연향의 가격이 비싸거나 추출과 재현이 불가능하다거나 또는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개발되었으나, 향후 리얼리티 향은 사물과 공간의 정체성, 기억의 재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 리얼리티 향은 사물의 냄새를 표현하거나, 공간의 정체성과 기억의 재현 등으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갈 것이며, 또한 4D 등 IT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 향은 사물뿐만 아니라 기억 속에 저장된 냄새를 표현하는 것으로 어머니, 시골집, 고향 등 추상적이고 불완전한 냄새를 창조하기도 한다.


Olfactory Director


주)

1) 다음백과
2) Schab, F., & Crowder, R. G. (Eds.). (1995). Memory for odors. Mahwah,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Inc.

3) Schab, FR (1991). "Odor memory: Taking stock". Psychological Bulletin. 109: 242–251.

4) 크리스토프 불프, 군터 게바우어(2015), “미메시스”, 최성만역, 글항아리, 155.

5) 크리스토프 불프, 앞의 책 215-217.

6) 크리스토프 불프, 앞의 책 218. (재인용 Benjamin 1980, 209)

7) 크리스토프 불프, 앞의 책 232.

8) 정진경, “1950년대 시에 나타난 후각 이미지 연구” 한국문학논총 제65집(2013. 12), 304.

9) 정진경, 앞의 책 306.

10) 송인갑, 앞의 책,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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