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탄도항
대부도는 흥미로운 섬이다. 시화호가 만들어지면서 대부도는 이름만 남은 섬이 됐다. 북쪽으로는 시화방조제와 연결되어 있고, 남쪽으로는 화성시와 접해있다. 퉁 쳐서 대부도라고 부르지만, 화성시 전곡항에서 진입하면 차례로 탄도, 불도, 선감도, 대부도로 이어진다. 여기에 북서쪽으로 구봉도까지 붙어있다. 하지만 차를 타고 가면 그 경계를 느끼기 쉽지 않다.
대부도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선재도와 영흥도가 연륙교로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에 속한 두 섬은 안산시와 직접 연결되지만, 정작 인천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국이다. 섬의 역사까지 타고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대부도를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찾다 보니, 모호한 경계 속에서 각기 다른 이름의 섬으로 불리는 것이 신기해 옮겨 보았다.
대부도를 자주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야생화 촬영 때문이었다. 대부도 곳곳에 흔하지 않은 야생화들이 꼭꼭 숨어 있다. 계절별로 피는 꽃을 달리하며……. 그런 연유로 제법 긴 시간, 계절별로 주야장천 드나들었다. 대부도와 친해진 이유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구봉도 해솔길이 만들어지기 전, 탄도항에서 누에섬으로 가는 길 사이에 방파제가 가로놓이기 전, 그리고 바다향기수목원이 생기기 전부터였다.
오랫동안 자주 가던 장소가 정비되고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는 모습은 신선하다. 그리고 이내 과거의 모습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옛것이 지워지는 순간은 정말 한순간이다. 대부도의 이곳저곳이 조금씩 모습을 바꿔나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변화를 느낀 장소는 탄도항이다. 예전의 탄도항은 풍력발전기를 따라 누에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방파제가 없었다. 개펄과 해안이 막힘 없이 연결되었다. 어느 순간 해안과 개펄을 막는 공사가 이루어졌고, 그 사이를 가로막은 기다란 방파제가 생겼다.
탄도항은 누에섬과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한 해넘이가 장관이다. 그 정취에 반해 대부도를 찾을 때면 일부러 석양을 기다려 그 모습을 담아 오곤 했다. 꽤 오래 그러다 보니 사진 속에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탄도항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마다 그 변화의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가 묻어 있다.
사진은 어쩌면 탄도항이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하던 때의 모습이다. 석양이었고, 방파제의 뒤를 메우기 전이라 조금은 지저분한 느낌 마저 든다. 하늘이 붉은색으로 막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 갈매기들이 하늘을 뒤덮는 그 시간의 찰나가 사진 속으로 들어왔다. 그냥 그 순간 그 장소의 느낌 그대로가 사진에 담겼다. 시간은 항상 변화를 동반하지만, 사람은 그 변화의 시간을 압축시켜버린다. 사진은 그 압축의 시간 전과 후 사이가 담겨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해가 질 무렵이면 방파제 계단에 앉아 해넘이를 즐긴다. 얼마 전 그들 사이에 앉아 또 다른 탄도항의 해넘이를 사진에 담았다. 조금은 더 편하게 해가 지는 모습을 보게 된 셈이다. 그러면서도 방파제가 없던, 파도가 해안선에 자연스레 밀려왔다 밀려가던 풍경이 그리운 것은, 또 다른 편안함을 잃어버린 탓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지 않은 시간은 그냥 다가올 시간일 뿐이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세상에 남을 수도 있고, 감정에 남을 수도 있다. 사진은 그 시간의 흔적을 드러나게 하는 매개체다. 그리고 나에게 사진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