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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YB Jan 07. 2024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

불쑥 마케팅의 본질에 다가가는 얘기

마케팅 지식이 있으면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고 정말로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

마케팅을 공부하고 일상 업무에서 꾸준히 사용해 나간다면 개인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글로벌 기업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그런 좋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다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의 전략과도 같다.

근원지가 고객이며, 종착지도 결국 고객인 길이다.

궁극적으로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마케팅이란 분야가 탄생했다.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이것이다.

"모든 상품은 반드시 진부해진다"는 것.

이것은 예외 없는 시장의 원리이다.

어떤 상품이든 그대로 두면 반드시 진부화(Obsolescence)되기 마련이다.

지금 부진을 겪고 있는 아이템은 우리 주변에도 널리고 널렸다.


다만 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그 부진의 원인은 시장이 쇠퇴해서, 경제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경영의 실패에 있다는 것.

시장의 탓을 하는 것은 마케팅의 실패를 시장에 전가하는 시도일 뿐이다.

본인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을 탓하는 것 말고, 당면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따로 있다.


진부해진 상품의 예시로 드라이클리닝을 들 수 있겠다. 드라이클리닝은 한 때, 울 소재 의류의 유행에 따라 크게 성장했다가 다시 절반 이상으로 크게 쇠퇴하였다. 세미캐주얼이 흥행하면서 드레스셔츠를 입는 직장인들이 줄어들었고, 섬유유연제나 세제, 기타 가정에서 대체할 만한 상품들이 개발됨에 따라 업계 자체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당신이 드라이클리닝 업체 마케팅 총괄 책임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무엇부터 봐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세탁 자체에 대한 니즈가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예전만큼 드라이클리닝을 맡기지 않더라도 세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색다른 니즈가 다른 형식으로 구체화되었을 뿐이다.


여기서 나(나의 팀, 나의 회사)의 역할을 다시 규명해 볼 수 있다. 결국 사업이라는 것은 남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받는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편의성이나 행복(가치)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 돈이다. 핵심적으로, 당신이 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로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드라이클리닝 업체의 본질은 결국 "한번 입었던 옷을 다시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좀 더 간편하게 하고 싶다"는 니즈에서 출발한 비즈니스이다. 여기서 드라이클리닝이라는 제품 중심관점에 매몰되지 말고 고객 중심의 관점에서 나의 역할을 '의류 재생업'으로 여긴다면 어떨까? 옷, 나아가 섬유와 관련한 제품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다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일지 모른다.


옷에 달려 있던 단추가 떨어져 수선집을 찾은 경험이 있는가? 좁은 자취방에서 상당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겨울 옷을 어딘가에 맡기고 싶던 적이 있는가? '의류 재생업'의 관점에서 이런 고객의 불편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최근 10년 만에 그 수를 크게 늘린 코인 세탁방처럼 겨울옷 의류 보관등의 서비스를 무인 프랜차이즈로 확대해 세계적으로 론칭하면 어떨까?


혹은 이런 수요도 있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 회사에서 늦게 돌아왔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내준 바느질로 가방 만들기 숙제에 애를 먹고 있다. 부부 중 그 누구도 바느질을 할 줄 몰라 눈앞이 캄캄하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집 근처 세탁소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발견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용 바느질 물건 만들어 드립니다. 가방: 5만 원~"


포스팅된 글에는 의류 수선할 때 나오는 자투리 천으로 제작한 가방의 사진이 각각 종류별로 나와있다. 아이와 함께 바느질로 한나절을 씨름하면 나올 것 같은 느낌의 가방도 발견하였다. 같은 가격에 다른 브랜드 가방을 살 수도 있겠지만, 상황상 이 부부는 집 근처 세탁소에서 돈을 지불하고 가방을 살 수밖에 없다.


여러 일화가 있겠지만 핵심은 이렇다. 고객이 하고 있는 고민을 파고들면 거기에는 성장의 씨앗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서 성장한 좋은 예시는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포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4배나 성장했다. 이는 편의점이 그들의 포지션을 단순 소매업으로 한정 짓지 않고 탄력적인 자세로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소비자의 불만을 찾아내 '좀 더 편의성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로 정의했다. ATM, 공공요금 수납, 택배 화물 접수, 저렴한 고품질 식품 개발, 편의점 베이커리, 편의점 카페 론칭 등. 그들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불만을 계속해서 찾아낼 것이고 '좀 더 편의성 있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의 고민과 불만을 파고들고 알아채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그저 그런 회사에서 떠올리는 것은 '시장 조사'이다.

그러나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븐 잡스가 시장 조사를 해서 사람들이 아이폰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을까?

그가 아이폰을 개발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제품은 시장조사로는 탄생하지 않는다.

시장조사로 고객의 선호도는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제품의 Wants는 파악할 수 없다.

획기적인 제품은 고객의 Wants에서 탄생한다.

이것을 파악하는 능력이야 말로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하는 특유의 통찰력이다.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마케팅과 판매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건 다음시간에 말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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