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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YB Jan 08. 2024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가

마케팅의 반대말

마케팅의 반대말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정답은 '판매'이다.


띠용. 유사어면 모를까, 마케팅의 반대가 판매라니 이게 무슨 소리 인가 싶을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판매와 마케팅은 정반대의 개념이다.


판매는 판매자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현금으로 바꾸고 싶다는 니즈 말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팔고자 하는 것을 팔고 팔고 또 팔고, 끝없이 파는 것. 그들은 밤낮으로 매달려 만든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고자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마케팅은 구매자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마케팅은 무언가를 팔고 싶다는 목적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을 위해 어떤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가치가 클수록 더 많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안다.


세계 최대 소매업 회사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그의 회사가 고객을 위해 어떤 것을 제공해야 하는지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월마트에서 아직 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정가 1달러 98센트의 상품이 있었다. 이것을 파격 할인가로 1달러 25센트에 팔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샘 월튼은 파격 할인가도 우스울 정도로 매입가에 30%를 얹어 65센트에 상품을 팔기로 결정한다. 수익을 고객에 환원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렇듯 월마트가 궁리하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최저가라는 가치에 제대로 부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는 판매의 관점으로 보면 이익을 줄이는 행위이다. 그러나 마케팅의 관점으로 보면 구매자의 욕구에 확실하게 부합하고자 하는 행위이다. 월마트는 이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 245%를 찍으며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인 코스트코의 마케팅 비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객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매출을 올리는가가 아닌 어떻게 하면 고객이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가에 초점을 맞췄다. 코스트코의 창업주 짐 시네갈은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10달러에 파는 물건을 어떻게 12달러에 팔까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9달러에 팔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내가 착하거나 이타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게 좋은 비즈니스이다."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코스트코가 지나치게 마진이 작다고 지적한다. 마진을 높이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짐 시네갈은 왜 고객들이 코스트코를 선택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객들은 매장 내 장식품이나 이벤트 같은 멋진 디스플레이 때문이 아니라 단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코스트코에 온다. 따라서 그들은 무조건 최저가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들여오고 심지어 자신들이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40년간 가격경쟁력 하나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며 소비를 축소할 때조차 코스트코의 실적은 대박이 난다. 다른 기업들이 휘청일 때 오히려 실적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스트코의 낮은 마진, 높은 비용(임금) 정책은 마진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한 일이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승리를 만들어 내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단기적으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궁리할 때 코스트코는 50년 이상을 바라보며 기업을 만들어갔다.


이 사례는 상대에게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사람, 즉 기버가 성공의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애덤 그랜 터의 <기브 앤 테이크> 속 인사이트를 연상하게 한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가치를 나누어서 상대를 만족시켜야 한다. 조직 전체에 효과적으로 공헌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결과를 낳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하지 못한다면 그 성과는 일시적으로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객의 요구를 돕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월마트나 코스트코처럼 가격을 통해 고객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어쨌든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고객에게 당신이 가진 에너지를 무한대로 쏟고, 기꺼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


연매출 16조 원의 교세라 창업주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말했다.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라."


이나모리는 창업초부터 열과 성을 다해 거래처에 헌신하고 그들의 니즈를 소중히 여기며 기분 좋게 그들을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제 막 문을 연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는 거래처로부터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는 이런 제품이 필요한데 기존에 거래하던 회사에는 없더라고요. 혹시 교세라에서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면 저희와 당장 계약하시죠."


제품이 아니라 '당신'이 필요하게 만들어라. 그것이 최고의 판매 전략이다.


당신이 살면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 자신만의 고객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만들어냈다고 한들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사명을 다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저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단에 불과한 것을 중심에 두는 순간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은 당신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상대를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당신의 가치를 나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당신의 가치는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현자들과 철학자들이 말했던 '공동체에 헌신'하라는 목표는 마케팅에서도 동일하게 쓰인다. 당신의 고객에 헌신하고 당신이 가진 최대한의 가치를 나누라. 그래야만 판매보다 더 강력한 판매를 달성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성장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나의 고객을 어떻게 창조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보다 먼저 성공 루트를 찾아낸 사례들을 분석해야 한다. 당신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당신은 그것을 해낸 다른 사람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언어, 가치, 문화, 삶에 관련한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이다. 걸음마를 어떻게 떼었는지 기억하는가? 당신은 그저 가르쳐 주는 한 발자국 한 발짝을 따라 발을 내딛기만 했을 뿐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빨리 걸음을 익히는 방법이다.


마케팅의 귀재들은 어떻게 그토록 거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공통된 공식이 있다. 지금부터 당신에게 마케팅의 정수를 쏙쏙 뽑아 핵심이 되는 전략들을 알려주겠다.


실제 사례와 함께 이를 분석해 보며 한 걸음씩 당신에게 적용시키길 바란다.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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