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 Mar 03. 2017

알 리스와 문영미에게 듣는 커리어 빌딩의 팁

전문가들의 세상, 그 안에서 나의 삶을 경영하는 법

당신은 커리어에 대해서 어떠한 전략을 갖고 있는가? 혹시 아무런 전략 없이 일터에 나가는 것은 아닌가?


흔히들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이들에게 "좋은 커리어 전략은 나만의 도메인을 갖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나 역시 그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며 지금도 듣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기가 만든 영역에서 '전문가' 타이틀을 획득해야 한다 믿고 있다. 경쟁 구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논리로 보면 맞는 이야기다. 이런 도그마가 우리를 '왜'라는 질문도 없이 수년간 한 가지 일에 매달려 일하게 만든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면...?


다행히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 전략은 유효하다. 우리 사회를 구동하는 원리이기도 하고, 또 우리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기도 하니... 적어도 분업과 집중, Low risk & low return 전략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적절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전략을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덜하다는 장점도 얻을 수 있다.


모든 이들이 달려든 '한우물 전략'은 커리어 빌딩을 위한 유일한 전략인가? 혹시나 다른 유용한 전략은 없을지 여기 두 명의 경제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알 리스(Al Ries).

그는 마케팅 컨설턴트다. 우리에게는 'Positioning'과 '마케팅 불변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알기 쉽게 브랜드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어떻게 브랜드가 뜨고 지는지,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가는지를 매우 쉽게 정리해 불어냈다. 그의 이론이 주장하는 핵심은 '최초로 사용자의 인식 속에 각인된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한다.'이다. 한번 기억되기 시작한 브랜드를 소비자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합리적인 대안이 존재하더라도 말이다.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를 인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관성은 생각보다 절대적이라고 주장한다.


커리어 이야기를 하나 난데없이 튀어나온 브랜드 이야기에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도 절대적인 인식의 영향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 부서가 될 수도 있고 회사일 수도 있다. 학계나 업계로 영역을 넓혀볼 수도 있고, 어쩌면 지역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나 스스로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의 인지도는 어떠한지 가늠해보자.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의 Position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회사에서 발행하는 사령장(辭令狀)에 적힌 몇 글자로 나의 position이 고정되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position을 결정하는 핵심은 '인식'이다. 내가 맡은 업무와 나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형성하는 나에 대한 인식 발생할 때 position은 발효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새로 출시될 A 제품의 B 파트는 철수가 맡는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A  B = 철수'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B를 연상하면 자연스레 '담당자 철수'를 떠올린다. C라는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 업무 처리를 위해 영희라는 사람의 결제가 필요하다면 다음번 다시 C라는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에는 자연스레 영희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설령 담당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의 효과는 사내 정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내가 조직장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 우연히 나를 도와준 누군가가 있다면 '그는 나의 조력자'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형성된다. 사람이 지닌 심리적 관성은 대단해서 늘 대화하던 사람과 대화하고 늘 같이 일하던 사람을 찾게 되며 늘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조직장도 사람인지라 이러한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합리적 대한이 있더라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 차장님은 일도 못하는데 부장님은 저 인간만 찾네..."라는 푸념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사내정치하는 사람, 어쩌면 그들은 타인의 인식 영역을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식이라는 것은 무섭다. 어쩌면 내가 가진 역량보다 나의 성패를 좌우하는 더 큰 요소일 수도 있다.


문영미.

그러면 조직 내에 나의 인식을 각인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도통 나를 내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하지만 꺼내 보이는 것이 주머니에 담는 것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닌가? 나를 내보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나라 많은 직장인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른바 '근면성 호소'. 내가 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데 나를 좀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 회사에 투입하는 것이 나쁠 것 없어 보이니 그러한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러한 전략은 '한우물 파기' 전략과 잘 맞물려 나만의 도메인을 구축하기 위한 절차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회사의 전반적인 인식이 이러하니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따르게 된다.


문영미 교수는 이러한 전략에 반론을 제기한다.

하버드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영미 교수는 전략 마케팅 연구가이다. 그녀는 경쟁우위에 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차별화'를 든다.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라는 도전적인 부제를 달고 있는 그녀의 저사 '디퍼런트, Different'가 이를 잘 담고 있다. 그녀의 차별화 이론은 앞서 설명한 알 리스의 브랜드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이미 시장에 경쟁자가 있다면 그 시장에서 열심히 노력해 분투하는 것보다는 차별화된 다른 장점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낫다는 것. 설령 기능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기존 강자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그 강자의 Position을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커리어도 비슷하다. 나보다 앞서 그 일을 했던 사람이 있다면, 전임자와 같은 전략적 위치를 고수하지 말아야 한다. 전임자의 그늘에서 분투하기보다는 새로운 Position을 찾는 것이 유효하다. 그녀의 책 디퍼런트에 이런 설명이 있다.

'시장 조사에 민감한 기업이 차별화에 실패하고 결국 도퇴한다.'

'기능적, 가격적 차별화는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고정관념과 반대로 일하는 기업, 통용되는 가치를 뒤집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커리어도 그렇다.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평가에 연연하다 보면 나의 차별성은 거세된다. 조직을 지배하는 근면성의 쫓다 보면 나의 특성은 점차 희미하게 증발해 버린다. 인식의 열쇠는 '차별화'에 있는데 우리는 지금 '평준화'를 추구하고 있다.


남의 평가에 맞춰 내가 변한다면, 그건 과연 나일까?

흔히들 네 본연의 모습대로 살라는 희망의 조언를 하곤 한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 평가표에 의한 삶을 살아온지라 내 본연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모르는 것이 함정 아닌 함정이다. 거기에 개성을 표출하면 튀지는 않을까 걱정도 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우리는 남과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에 대한 묘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경쟁 구도에서 한걸음만 물러나 바라본다. 남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많은 이들이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우리는 얼마나 '차별화'된 개인인가. 우리는 '너의 색깔을 찾아'라고 조언하지만, 나의 색을 발하는 데는 인식해다. 어쩌면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불안감을 내려놓을 때이다. 어쩌면 우리가 '불안한 길'이라 생각하며 외면했던 그 길은 어쩌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길일지도 모른다. 나만의 독특함으로 타인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것. 어쩌면 경영학이 가르쳐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커리어 전략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인문학-기술 교차 설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