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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제 Apr 25. 2023

롯데월드타워아래 펼쳐진 무채색의 아파트촌 : 송파구

[부동산 포토 에세이] ep.2 폭락의 대명사에서 반등의 아이콘으로

나는 송파구가 별로다. 살고 싶은 곳은 아니다. 느낌적으로 그렇다. 사주팔자, 풍수지리는 하나도 알지 못하지만, 땅의 기운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 느낌적인 느낌이다. 설명불가한 그 이유는 굳이 꼽자면, 너무나 다양한 색깔이 섞인 인쇄물처럼 무채색 같은 재미없음이다.


송파구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송파동에서 4년, 문정동에서 4년, 도합 8년을 살았다. 또한 13년째 잠실로 출근을 하고 있으니. 마음으로만 익숙한 곳이었다. 막상 임장을 가보면, 이런 곳이 있나 하는 곳도 많다. 그게 임장의 매력인 것 같다.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지가 달라지니까.

그렇게 다녀왔다. 햇살이 좋던 작년 어느 늦가을날.


송파구는 내 맘대로 크게 3개의 권역으로 나눴다.

1. 잠실역권역, 2. 가락시장역권역, 3. 마천역권역


잠실역권역은 2호선 라인과 송파대로를 따라 종합운동장부터 강동구가 갈리는 곳까지. 2호선 잠실 3형제 - 잠실새내, 잠실, 잠실나루라인을 따라 좌우로 있는 아파트들. 역 이름은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탈 때면, 어느 쪽이 새내인지 어느 쪽이 나루인지, 13년을 다녔어도 아직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가락시장역권역은 헬리오시티부터 양재대로를 따라 올림픽공원역의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까지. 마천역권역은 위례신도시와 붙어있는 거야, 마천역 주변의 재개발과 신축 아파트들이다.




Scene #1. 잠실역권역


탄천을 건너면 그 강남구인 잠실종합 운동장 건너 아시아선수촌우성1,2,3차에서 임장을 시작한다. 삼성역 국제교류복합지구 GBC와 잠실종합운동장 스포츠 문화 MICE 개발 호재를 온몸으로 온몸으로 받을 곳이다.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도 조성되고, GTX A, C의 더블 역세권인 삼성역도 걸어 다닐 수 있다.


동부이촌동 냄새가 난다. 부자동네의 아파트들은 일단 통창이고 왠지 모르게 유리창이 깨끗하다. 평균대지지분 35.34평을 자랑하는 @아시아선수촌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 비하면 우성1,2,3차는 평대 19.67평으로 사업성에서 떨어져 보이고, 5년이나 형님이라 확실히 낡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국제교류지구 바로 옆, 삼성역을 걸어서도 갈 거리에, 탄천, 종합운동장, GBC건물의 시티뷰를 품을 아파트 @우성1,2,3차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앞 공원에서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생각나다. @아시아공원


2000년대 후반에 재건축을 완료한 잠실의 독수리오형제 엘/리/트/레/파 로간다.

사실 5형제라 하지만, 큰형 잠실엘스와 작은형 리센츠가 특출 나다 보니, 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는 그냥 따라가는 동생들. 잠실엘스리센츠 두 단지는 모두 5,500세대가 넘고, 단지 내에 초, 중, 고를 품고 있는 보기 드문 단지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둘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국을 보이기도 하는데, GBC와 종합운동장 호재를 받을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호재를 받을지. 어찌 됐든 결국은 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엘스의 세 개의 L, Living, Loving, Leading처럼 왕관은 엘스가 쓰고 리딩하고 있지만.


임장을 갔던 작년 가을에는 “송파 '헬리오시티' 최고가대비 10억 하락... 잠실 엘스는 6억 떨어져”라는 기사가 나올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급매 팔리자 송파·동작 아파트값 올라…”라는 기사가 어제 나오면서 19억에서 21억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이제 바닥을 찍고 슬슬 꿈틀거리는 듯하다. @종합운동장 사거리


전국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대명사,  2013년 12월 조합설립인가 상태에서 아직 멈춰있다. 현관을 끝없이 지나면 소실점 끝 한강에 다을 듯하다. @잠실주공5단지


어린 시절 다니던 국민학교 후문길의 모습을 지금에 다시 만나다. @서울신천초등학교


주차가 힘들어도 너는 아직 멀었다. 일단 잠실주공5단지가 되고 나서야 네 차례야. @장미아파트


한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빗겨 나 풍선효과를 누렸던 파크리오는 아직 장가도 못 가고 있는 막내삼촌 같은 잠실주공5단지 대신 잠실 독수리5형제에 낀 느낌이다. @파크리오아파트


진주, 미성, 크로바 아파트 재건축현장과 그 뒤로 보이는 파크리오아파트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롯데캐슬골드에 마지막 단추인 잠실주공5단지까지 잠실역 사거리를 모두 롯데땅으로 만들어, 롯데월드를 넘어 롯데킹덤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의 사이드프로젝트인, 미성크로바 재건축, 롯데 르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품제공 건으로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 2심에서 져서 대법원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할 경우, 시공사를 다시 뽑아야 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게다가 그 옆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 올해 여름 전후로 분양을 한다. 몽촌토성역 앞에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매년 한성백제 문화제를 하는 송파구답게 문화재가 나와 정밀발굴조사에 들어갔다가 잠시 지연되고 공사가 다시 진행 중이다.





Scene #2. 가락시장역권역


오, 헬리오시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12,032세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완공되기 전까지 9,510세대 ‘국내 최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다. 끝에서 끝까지 왕복 30분은 족히 걸린다.@헬리오시티


이것이 알박기의 정석.  송파101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102세대짜리 지상 7층 신동아파밀리에 @송파구 송이로4길 11


평대 23.1평으로 총 801세대 중 일반분양이 308세대나 나온다. @송파동미성맨션


평대 24.1평의 한양3차아파트. 세대수가 적은 게 흠이네. @미성아파트 앞 교차로


전형적인 현대아파트의 고전미를 보여주는, 땅을 의미하는 황토색의 압구정현대의 디그니티를 지니고 있는 느낌 @오금동현대아파트


학업성취도 97.2%의 송파구 1위 오륜중학교를 가지고 있으며, 5,539세대의 대단지, 평대 26.6평, 5호선과 9호선 올림픽공원역 초역세권. 모든 걸 다 가진듯한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Scene #3. 마천역권역


거여마천뉴타운은 강남유일의 뉴타운지역이다. 위례와 바로 붙어있고, 위례트램이 마천으로 이어진다. 송파구 끝자락이지만 위례신사선을 통한 강남접근성이 좋아질 지역이다.


거여2-1구역이었던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최상위 르엘과 일반 롯데캐슬의 중간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2.4m 천장고와 인테리어 특화 설계를 적용한 단지. @마천로


거여2-2구역이었던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에 비해 건폐율, 외관, 연식 모두 떨어진다. @마천로


작년 5월 조합설립인가가 나고 현재 사업시행인가 중인 마천1구역. 저 뒤로 하남 감일에코앤e편한세상아파트가 보인다. @마천1구역


22.12.30 신통기획 2차 후보지로 선정된 마천2구역과 21.12.28일 신통후보지로 선정된 마천5구역(마천성당구역) 단독주택재건축은 현재  정비구역 지정고시 촉진계획을 수립 중이다. 속도가 가장 빠른 마천4구역은 21.10월에 현대로 시공사선정을  하였고, 올해 3월에 조합원분양을 하였는데, 송파구가 그래도 강남 3 구인 데다가 규제지역 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나 THE H 가 들어온다고 한다.


갑자기 먹먹해졌다. @마천3구역




송파구는 온갖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도시로서 종합운동장과 올림픽공원, 30년 넘게 로티와 로리의 추억을 나눠주고 있는 ‘여기는 롯데월드~‘. 아직도 현대화 진행 중인, 물류 유통구조 선진화의 주역 가락시장.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밀려난 상인들을 몰아넣었던 가든5. 두 명의 대통령을 모셨던 서울동부구치소가 있는 문정동 법조타운의 동부지방 법원 검찰청. 서울의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마천루 롯데월드타워까지. 송파구 내에서만 문화, 교육, 생활, 여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색깔이 다 섞여서일까? 아니면 회사라는 곳이 송파에 있어서일까.

송파는 나에게 잠시 머물렀던 곳이고, 아직도 출퇴근하는 곳이며, 잠실대교를 건널 땐 오른편에 키 맞춘 엘스와 리센츠, 정면엔 삐쭉 솟은 롯데월드타워, 왼편엔 저 멀리 올라오고 있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보이는 그런 무채색의 도시의 느낌이다. 그래서 인가.

나는 송파구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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