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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제 May 19. 2023

그럼, 우리 어디로 이사 가는 거야?

갈아타기 임장의 서막 : 평택 고덕신도시

  "예진아~ 나도 이제 삼성맨이다!"

  "와!!! 정말? 됐대? 연락 왔어? 언제부터 출근이야? 잘됐다! 축하해!!! 우리 이제 삼성가족이네~"

  연택은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를 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이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로 옮기게 되었다.

  "어, 일단 여기 인수인계하고, 집도 알아봐야 하고 그러니까, 두 달 정도 달라고 했어."

  "그럼, 우리 이사가는 거야? 어디로 이사 가는 거야? 동탄? 평택? 아니면 용인? 오빠! 나의 직주근접도 고려해줘봐 봐 쫌!"

  "응! 알써. 이따 집에서 얘기해. 히히. 오늘 몇 시쯤 도착이야?"



 

  연택과 예진은 페퍼톤스의 이장원이 선배인 카이스트 동아리 <여섯줄>에서 만나 결혼한 지 이제 4년 차다. 예진은 졸업 후, 용인 삼성미래기술캠퍼스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에 있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여차저차 알아보다가, 나름 이천과 용인의 중간지점인 경기도광주 역동 e편한세상광주역1단지 24평 아파트를,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최저점인 3억 7천에 계약했다. 집값이 떨어진다며 모두가 떨던 2019년 5월에 주택담보대출 70%로 매매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연택의 연봉이 6,850만 원이어서, 저리의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둘 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은퇴하시고 갑자기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연택의 아버지는 무조건 집은 사야 하는 거라며, 딱 증여 가능한 5천만 원을 지원해 주셨고, 연택과 예진은 모아둔 돈을 잔금과 인테리어를 하는데 썼다.




  "어 왔어?"

  샤워를 하고난 젖은 머리에, 왼손에는 맥주잔을 들고 연택이 예진을 맞이한다.

  "응 오빠랑 얘기하고 싶어서 오늘 야근해야 하는데 그냥 째고 왔어. 오빠가 왠지 붙을 것 같아서 내가 혼자서 또 동탄과 평택을 엄청 열심히 공부했잖아? 어디로 가야 하나 하고."

  "어... 그래...?"  


  예진은 요즘 부동산에 푹 빠져있다. 멋모르고 샀던 우리의 신혼집이 3년 만에 2억 7천이나 오르면서, 인생 별거 없다고, 인생은 한방이라며, 재작년부터 부동산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다시 1억 4천이 빠졌지만, 그래도 지금 집을 팔면, 1억 3천이 남는다. 연택은 갑자기 '집은 사야하는 것' 이라고 강조하시던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본다.


  "오빠, 이번 토요일에 화성 하고 평택 한 바퀴 돌고 오자. 두 달이면 많이 남은 거 아냐. 우리 집도 내놔야 하고, 옮겨갈 곳도 찾아야 하니까. 일단 내가 목요일까지, 갈아타기 프로젝트 임장 루트 다 짜놓을 테니까, 금요일 저녁에 브리핑하고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는 거닷!"




  연택과 예진의 보금자리인 광주의 집을 시세인 5억에 팔게 되면, 주담대 2억 천을 제하고, 복비 빼고 이래저래 하면 3억이 남는다. 요즘은 70%까지 대출이 나오지만, 연택은 아무래도 대출 원금과 이자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예진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이도 가져야 하니, 육아휴직도 해야하고. 그리고 동시에, 30평대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존재한다. 게다가, 새 아파트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무리해서 70% 대출을 받고 3억을 더해, 알아볼 수 있는 아파트의 매가는 맥스가 8억이다. 그 이상은 안된다.

  

  토요일 아침, 내비에 힐스테이트고덕 스카이시티아파트를 찍는다. GV60에 연결된 애플카플레이 티맵에서 55km 58분이 걸린다고 뜬다. 연택은 3gs부터 줄곧 아이폰만을 써온, 지금도 아이폰 14 pro를 쓰고 있는 애플빠다. 이제 회사를 옮기고나면, 갤럭시 S23를 써야만 한다는 것이, 집을 구하는 일보다, 회사를 옮기는데 유일한 장애물인 것 같은 느낌이, 합격 전화를 받고 나서 들었다.

 


  

  "다 왔다. 와 저긴가보다~ 근데, 고덕신도시는 아직 공사판인데?"

  "응 왼쪽에 보이는 게 힐스테이트고덕센트럴아파트고, 오른쪽이 힐스테이트고덕스카이시티아파트야. 저기가 상업지역이라 둘 다 49층으로 올라갈걸? 지금 반쯤 올라간 것 같다. 24년 5월 하고 8월 입 주래"

  "근데 난 말이야, 베란다 있는 아파트가 좋아. 창문 확 열리는. 주상복합은 왠지 답답할 것 같은 느낌이야.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에 살라고 하면, 공짜면 오케이!, 근데 내 돈 주고, 물론 내 돈이 있을 땐, 그땐 별로일 것 같아. 높으면 뭐 해. 숨이 가빠올 것 같아. 게다가 너무 높잖아!"

  "응 그래 인정. 사실 지금 우리 집도 베란다가 확장형이라 녹색이 들 물 주는데 좀 신경 쓰이긴 해. 옛날 아파트처럼 그냥 타일 베란다에 물 확 뿌렸으면 좋겠어."

  



  고덕'국제'신도시를 빠져나와 구도심인 서정리역 근처 이충현대아파트로 향한다. 갑자기 동네가 확 변해 버린다. 여느 지방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이충주공아파트 뒤로, 평균대지지분이 높아 재건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1,266세대 대단지 이충현대아파트가 웅장하게 서있다.

  "오빠, 우리 이런 데서 몸테크 한번 해볼까? 여기 평대가 16.77평이야. 2종이긴 하지만. 2억 5천이면 살 수 있는데? 어때?"

  "으유~ 아서라, 우리가 17평에 산다고? 네 옷들만 해도 10평이야. 그리고 몸테크를 왜 이런 수도권에서 해? 몸테크 하려면 응당 서울에서 해야지! 나도 그 정돈 안다고!!!"

  "누군 뭐, 서울에 살고 싶지 않은 줄 알아? 우리 둘다 회사 위치가 그러니까 그런 거지... 내가 작년에 부동산 강의 듣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 얼마나 노려보고 있는지 알기나 해? 우리 이참에 광주 집 팔고, 평택이나 동탄에 전세로 살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 투자할까?"

  "아우~ 됐거든요~ 얼렁 다음 장소나 불러주셔요~ 내비찍게~"

  "알았어... '평택 브레인시티' 라고 쳐봐."




  "와, 여기야 말로 정말 허허벌판이네. 이렇게 공사 중인 곳에 아파트가 지어지는데, 아까 본 이충주공이나 이충현대가 재건축이 되겠어? 난 아니라고 본다!"

  "응 듣고 보니 그러네... 오빠 근데, 여기 반대편에 뭐 들어오는지 알아? 내쪽 말고 오빠 쪽에"

  "뭐가 들어와?'스타필드라도 들어오나?"

  "아니, 우리 학교 들어온대. 카이스트 평택캠퍼스!"

  "와 이렇게 넓은 땅에? 대전 본원의 두 배는 되겠다. 드디어 우리 학교도 뭔가 되려나?"

  "응 평택시랑, 삼성전자랑, 카이스트랑 3자 협약으로 뭔가 하나 봐, 25년 개교예정이라는데, 뭐 아직 먼 듯한 느낌이긴 하다. 아직 아무것도 없잖아. 금리도 올라서 건설은 제대로 될랑가 몰라"

  연택과 예진은 한참을 양쪽에 하얀 펜스가 쳐져있는 도로를 지나 평택지제역쪽을 향한다.

  "어라? 여긴 뭐지? 고덕'국제'뭐시깽이랑은 완전 다른 느낌인데? 여긴 사람 사는데 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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