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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아이

두 번째 그림책 올리버 제퍼스의 "책의 아이 (2017)"

by 지은이 지은
책의 아이
A Child of Books
출처: www.oliverjeffers.com/books


오늘은 내가 코비 작가만큼 좋아하는 올리버 제퍼스 작가의 그림책 <책의 아이>를 가져왔다. 제퍼스 작가의 책 중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소개하면 좋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좋은 책들이 많기에. 그럼에도 나름의 치열한? 고민 끝에 선택한 책은 2017년 출간된 <책의 아이>. 다른 후보에 있던 책들도 4월 안으로 꼭 소개하고 싶다.


내가 책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때 꼭 하는 활동이 있다. 활동 이름을 붙이자면 '우리는 모두 스토리텔러(이야기꾼)' 정도로 지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이어서 창작하는 활동인데, 먼저 참여자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 이미지를 보고 떠오르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중요한데, 그다음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음 문장을 이어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 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언덕 위에 있는 사진을 가장 많이 보여주곤 했는데, 지금까지 이야기 이어짓기를 하면서 시작도 그렇지만 중간의 내용과 결말이 동일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활동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진 속 나무 한그루를 가지고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듯, 하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인지 깨달으며, 모두가 스토리텔러,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책의 아이>는 이 활동 이후 함께 읽으며 다시 이야기 세상에 빠져들기 완벽한 책이다.



타이포그래피 그림책


이 책을 소개하는 또 다른 수식어다. 올리버 제퍼스 작가의 그림이 샘 윈스턴 작가의 타이포그래피를 만나 그 예술성이 더 극대화되었다. 원서를 확인해보면, 제퍼스 작가는 존재하는 다른 폰트를 사용해서 글을 쓰지 않고, 그의 책 대부분을 다 자신의 손글씨로 채운다. 그래서 책이 딱딱하지 않고, 동적이며, 제퍼스 작가를 아는 누구든지 그의 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특히 <책의 아이> 같은 경우에는 샘 윈스턴 작가의 타이포그래피가 더해져 무언가 더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타이포그래피에 집중해서 책을 읽기보다는 타이포그래피를 책의 한 장면, 즉 배경으로 받아들이자. 그래서 책을 처음부터 쭈욱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타이포그래피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세상에서 왔다는 이 아이는 통나무배처럼 보이는 곳에 자물쇠가 채워진 책을 펼치고 앉아 자신을 책의 아이라고 소개한다.

타이포그래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문학 작품들의 제목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책들을 읽음으로써 가지게 된 상상력의 힘으로 책의 아이는 낱말의 바다 위를 떠다닌다.

낱말의 바다를 항해하며 만난 또 다른 아이에게 책의 아이는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흑백의 그림자가 삼킨 것 마냥 어둡게만 보이는 이 아이는 누구일까?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책의 아이 손을 붙잡을까 말까 고민 중인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한 방울 보인다. 그는 왜 우는 걸까? 그림자가 드리웠던 집에서 벗어나니 새로운 낱말의 길이 펼쳐진다.


타이포그래피 속 글자를 읽어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의 내용이 들어있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의 모험을 시작했던 것처럼 소년도 책의 아이를 따라
어딘가로 가는 것일까? 책의 아이는 낱말을 붙잡고 길을 내려가기도, 산을 올라가기도 한다.

오르락내리락 뿐만 아니라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책으로 표현한 나무의 모습이 너무도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옛이야기라고 한 것처럼 책들이 옛날 책 같아 보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우리의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만든다.


여기는 우리의 세상
이야기로 만드는 세상이니까요

This is our world
We're made from STORIES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태어나 또 이야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나누는 우리들.


<책의 아이> 표지 그림 속 아이는 자물쇠가 채워진 책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자유로운 상상을 위해'라고 적힌 열쇠가 있는데, 표지 그림 속 자물쇠가 채워진 책을 여는 열쇠가 아닐까? 그리고 이 열쇠는 자유로운 상상의 문을 여는 열쇠다.


어떤가요?

당신도 책의 아이인가요?



*번외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야기는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어떤 이야기는 우리 뇌를 영원히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작년에 장동선 뇌과학 박사님의 세바시 강연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주제가 “내 아이의 뇌에 어떤 스토리를 심을 것인가?”였는데, 박사님 말에 의하면 아이가 너무 어려 설령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전달하는 스토리는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더 나아가 뇌에게 스토리는 뇌과학적인 다양한 현상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며, 삶 속에 위안, 공감, 동기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나를 나쁘게 보는 스토리는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 그런데 그럴 때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는 반드시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하고, 힘들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할 수도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해야 한다.’

나의 바람도 그와 마찬가지다. 이야기 세상에서 온 책의 아이처럼,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아이들이 또 다른 위로와 공감과 유익이 되는 이야기를 세상에 공유하며, ㅂ세상의 영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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