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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Aug 25. 2017

윤종신의 “좋니”가 성공한 이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vs.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윤종신의 “좋니”는 최근 가장 인상적인 현상이다. 윤종신이 직접 운영하는 음악플랫폼 ‘리슨(LISTEN)’의 열 번째 발매곡인 “좋니”는 6월 발표 당시 주요 음원 차트 100위권에 진입한 노래였다. 하지만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 영상이 온라인에 풀리면서 조금씩 차트 변화가 생겼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음악 채널인 [딩고뮤직]의 ‘세로라이브’ 영상이 공개되자 “좋니”는 차트 30위권을 찍었다. 발매 한 달이 지나자 20위권으로 올라섰고, 8월 11일에는 10위권을, 그리고 16일에는 1위를 기록했다. 8월 25일 현재에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달 만에 멜론 뿐 아니라 주요 플랫폼에서도 차트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를 살펴보려면 먼저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음악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홍보 방식에 대해서다.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90년대 윤종신의 발라드의 구성을 충실히 재현한다. 인트로는 윤종신의 90년대 히트곡인 “너의 결혼식”이나 “오래전 그날”이 연상되는데 차곡차곡 쌓아가는 감정의 깊이가 후반부에서 폭발한다. 실연한 이성애자 남성의 감정을 다루는 곡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성실하게 겹쳐지며 이 노래의 감정을 계단을 밟듯 올라가는데, 이런 구조는 서사(=스토리)가 중요한 스타일에서 특히 힘을 발휘한다. 윤종신의 가창도 이에 크게 일조하는데, 익숙하게 설계된 구조가 저도 모르게 멜로디를 따라서 흥얼거리게 된다. 성공한 음악의 핵심은 결국 멜로디와 내러티브라는 것, 다시 말해 ‘노래’(를 비롯한 모든 성공한 문화 상품들)는 새삼 공감의 범위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좋니”의 홍보 방식은 모바일 환경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거의 모든 방식들을 활용했다는 것도 중요하다. 윤종신이 TV프로그램에 나가는 것 외에 모바일 콘텐츠에 출연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실시간 검색 및 음원 플랫폼 검색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착실히 진행되었다. 물론 이것은 계산한 것이라기보다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음원 발표 후 지속적인 차트 변동은 결국 SNS의 바이럴 효과인데, 1~2년 전만 해도 음악이 발매되면 전통 미디어에 맞춰 인터뷰를 하거나 예능 프로그램, 음악 방송에 나가는 게 거의 전부인 상황이었다. 경우에 따라 방송에서의 화제가 언론에 보도자료 형식으로 뿌려지고, 그것이 연예 뉴스로 바뀌면서 검색 사이트의 노출도가 결정되었다. 검색 순위는 다시 음원 플랫폼의 차트에 반영되었다. 강력한 미디어 효과를 전제로 하는 홍보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향력을 확대해 온 모바일 환경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이라도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소비된다. 그래서 전체 맥락보다는 순간의 짤이나 리액션 같은 것이 주로 유행하는데, 윤종신의 경우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신선한 음악 스타일과 가사, 가창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었다. 오래된 스타일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였고, 집중해서 듣게 되는 노랫말이 공감도를 높였다. 음악 그 자체가 3분 내외의 영상이므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짤로 쉽게 전환된 것이다. 여기에 '세로 라이브'나 '노래방 어택' 같은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에 출연하며 "좋니"는 좀 더 직접적으로 모바일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었다. 게다가 이 노래는 적당한 고음과 극적인 감정 표현이 강조되는 구조이기도 해서, 노래방에서 폼 잡고 싶은 2~30대 남자들의 선택지에 포함될 수 있었고, 그것이 역으로 온라인 음원 플랫폼의 검색 결과 및 매출로 연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맞다, 나는 방금 '노래방'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노래의 성공에는 노래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요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아이돌 팝이 확고한 메인스트림을 형성했다. 그런데 음악적으로 아이돌 팝은 일반인이 따라부르기에 한계가 있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짧게 쪼개진 파트를 나눠서 부르는데다가 저음, 고음, 랩과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여 있는 구조가 한 명이 제대로 소화하기에 곤란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돌 팝은 비디오와 함께 감상용 음악이 되거나 회식이나 파티 같은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곡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좋니”는 그리 어렵지 않은 구조에 약간의 가창력과 감정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부르기 쉽지 않다고 해도, 선택하는 것만으로 그럴 듯 하게 보이는 노래기도 하다. 요컨대 '명품 발라드'의 범주에 속하는 노래인 것이다. 최근까지도 버즈나 엠씨 더 맥스의 노래들이 노래방 애창곡 상위권에 있었음을 상기하면, 그동안 가요계는 따라부르기 좋은 노래에 꽤 인색했다는 생각도 든다. "좋니"는 그 틈을 메우는 노래다. 이 '올드스쿨 코리안 발라드'의 역주행을 설명하는데 이런 관점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외에도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지속된 [월간 윤종신]의 성과도 언급할 수 있다. 애초에 2010년 경,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초 역할로 새롭게 인기를 얻은 ‘가수’ 윤종신의 애매한 정체성에 대한 보완제의 성격이 강했던 [월간 윤종신]은 이후 점차 음악 잡지 혹은 콘텐츠 컨테이너의 성격을 갖추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의 협업과 음악적 실험을 가볍고 빠르게 실천하는 마이크로 미디어로 변화했다. 이런 맥락에서 [월간 윤종신] 혹은 [LISTEN]이라는 미디어의 히스토리가 "좋니"의 성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좋니”가 거둔 뜻밖의 성공은, 1990년대의 아날로그 같은 정서를 환기하는 음악 그 자체, 특히  20대 남성에게 어필하는 쉬운 가사와 멜로디에 더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포맷의 홍보 콘텐츠 전략이 효과적으로 결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라, 음악 소비 방식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잘 설계된 콘텐츠에 최신의 마케팅 전략이 끼얹어진 결과로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고, 이후에도 종종 언급될 만한 사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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