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메모
1. 미드를 보다보면 특히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다. 그냥 많이 나오는 단어.... ㅎㅎ 예전에는 "It's complicated~". 주로 꼬여버린 연애나 직장생활로 스트레스 받을 때 착한 친구가 물어보면 하는 대답. 그래서 한때는 저 놈들은 죄다 뭔 일만 벌어지면 하나같이 "어 그건 좀, 복합하거덩~"이라는 거여... 싶었다. 대충 그걸로 퉁치고 넘어가는 인상.
2. 그런데 최근 미드, 그것도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를 보면 저 대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weird."란 단어가 많이 들린다. 예전처럼 연애든 직장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착한 친구가 물어보면 "어, 그건, 쫌, 이상해."라고 말하는 것.
3. 그런데 'weird'는 양가적인 의미다. 엄마아빠'에프워드'그지같은 상황을 말할 때도 쓰이고, 약간 쿨한 걸 말할 때도 쓰인다. "we are all little weird." 같은 거.
4. 이걸 단서로 그냥 러프하게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확실히 인생에서 '내러티브'나 '맥락'이란 걸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복잡함'은 어떻게든 풀어야할 문제니까. 그래서 풀려고 할 때마다 오해가 생기고, 그게 또 사건이 되고..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되고. ㅎ
4-1. 그런데 요즘엔 복잡한 것들도 그냥 '이상한' 걸로 치환해서 보는 것 같다. 요컨대 이상한 건 그냥 이상한 거다. 더 생각할 필요 없는 것. 그래서 피해야 하는 거고, 피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이 더욱 꼬여서 그렇게 이야기는 진행되고. ㅎ
또 한편,
조금 이상한 건 쿨한 거다. "걔 쫌 이상해~! ㅋㅋㅋ" 특히 너드, 덕후 같은 남자애들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여자애들이 이런 대사를 쓰지...
5. 그런데 이게 단지 미국드라마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라, 9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경향 같다. SNS 환경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히스토리가 핵심적인 자산일텐데, 그렇다면 고만고만한 취향보다 조금 이상한, 엇나간, 그럼에도 사이코패스는 아닌 테이스트가 매력이 된다는 게 아닐까. 보이는 것, 요컨대 셀피의 오브제가 가장 확실한 퍼스널 아이덴티티인 시대. (그래서 '쇼핑-큐레이션'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6. 이거는 한편 'campy'한 것과는 또 다른 것. 캠프는 정말로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에 가깝고, 그게 지나친 과장일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이상한 것'보다 비슷하지만 좀 더 나간 거.
7. 한국에서는 싸이월드와 블로그 이후부터 이게 보편화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세대가 메인스트림이 된 지금, 뮤직비디오나 패션화보 같은 것에서도 조금씩 반영되는 것 같다. '쟤네 좀 미친 것 같아ㅋㅋㅋㅋ'라는 정서. (최근엔 "가시나" 뮤비)
8. 스냅챗이나 스노우 같은 커뮤니케이션 앱을 비롯해 gify 같은 사이트들이 잘 팔리는 것도 이런 것 때문? 이상한 것들을 (마침내) 사랑하게 된 시대려나.
9. 요 내용, 수잔 손택의 "캠프에 대한 단상" 가지고 수업할 때 번 더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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