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이 내뿜는 매력
[엑스파일]은 언제나 '진실은 저 너머에' 란 카피와 한 몸이다. 그런데 [엑스파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이를테면 멀더vs스컬리, 이성vs감각, 관료vs개인, 정부vs시민...) 생각해보니, 내가 [엑스파일]에 꽂혔던 건 정작 '진실'을 둘러싼 이분법적인 대립관계가 아니라 '저 너머'라는 모호함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해도 알 수가 없고, 보았다고 해도 그건 나만 아는 것이므로 사람들에게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과연 내가 본 게 맞는 것일까. '나'라는 인간/주체의 감각적인 경험이 어떻게 객관화되어 보편적인 '사실'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일단 내가 나를 믿어의심치 않는 것이 가능한가. 요컨대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문제.
이 불가항력적인 모호함이 내뿜는 매력, 그건 위험하고 불안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끌어당기는 힘은 강력하다. [엑스파일]은 바로 그 점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심지어 거기에는 어떤 '시대의 정신'이라는 게 묻어 있었다.
종종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거기서 무얼 하는 거냐고. 왜 회사에 들어갔냐고. 왜 계속 글을 쓰지 않느냐고. 그러게... 나는 왜 글 쓰는 일을 옆으로 미루고 이 판에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엑스파일] 같은 게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이 시장은 아직은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여기서 내가 보는 것을 당신이 봤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설득할 수도 없는 문제다. 게다가 내가 본 게 맞는지 틀린지, 헛 것을 봤는지 진짜를 봤는지, 그걸 제대로 봤는지 애초에 오해한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여기에 내가 본 것을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려면 논리와 과학 말고 다른 우연하고 애매하고 특정할 수 없는 것들도 필요해진다. 이 고난함. 이 피로함. 이 애매함... 그게 사람을, 일단은 나를 쭉 끌어당긴다.
그런데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이야기를 만들고(그러니까 어떤 세계를 창조하고) 구조와 맥락을 분석하고(그러니까 어떤 세계를 분해해서 보여주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잘난 척하는(그러니까 그 모든 과정을 깔끔하게 완성시키는) 모든 행위(=글쓰기)와 연관된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나는 지난 20여 년 간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어찌 될지 모르는 작은 회사에서 어찌 될 지 모르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내게 질문한 사람들은 그 둘에 어떤 차이나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사실, 거의 똑같은 일이다. 아니, 어떤 점에선 완전히 동일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새삼 마음에 고요와 평화가 깃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