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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Mar 23. 2018

[칼럼] K-POP과 크리에이티브 산업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K-POP 비즈니스를 바꾼다


최근의 이슈는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인수합병일 것 같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가 키이스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FNC애드컬처의 최대주주가 된 일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콘텐츠 비즈니스의 제작 환경 변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나로서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본질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한국이라는 제한된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확인된 2000년 이후에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고부가가치 창출의 형태로 실험을 계속했다. 


특히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한류 드라마와 K-POP은 때로는 긴밀하게 혹은 단순한 형태일지라도 게임이나 웹툰 등 뉴미디어 콘텐츠와 결합하거나 확장되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런 맥락에서 2000년 이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단순 음악 기획사나 드라마 제작사에서 탈피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애썼다. 


출처: [인베스트조선] "엔터·미디어기업의 대세로 자리잡는 종합 콘텐츠社 모델"(2018.3.22.경지현 기자)

출처: [인베스트조선] "엔터·미디어기업의 대세로 자리잡는 종합 콘텐츠社 모델"(2018.3.22.경지현 기자)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비즈니스 구조는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장하는데 있다. 아이돌 기획사라면 그 결과물인 음악을 음원과 콘서트로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그룹의 인기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얻거나, 멤버들을 유닛으로 쪼개서 활동 기간을 늘리거나, 개별 멤버들의 활동 영역을 전문 배우나 예능방송인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 기반의 음악 기획사는 배우 기반의 매니지먼트사와 인수/합병하면서 방송 프로그램 및 영화 제작의 영역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2009년 이후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 케이블 방송과 IPTV 등으로 복잡해지면서 생긴 이 변화는 곧 뉴미디어 환경을 맞이하면서 한 번 더 급진적인 변화를 겪는다. 그것이 바로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하고,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며(2018.3.23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공식적으로 카카오M이란 사명으로 변경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와 SKT 및 아이리버, 키이스트가 결합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정리하자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의 구조 변화는 해외 시장 진출과 뉴미디어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이뤄진 결과다.


가성비, 번역, 인공지능이라는 관점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다.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티스트보다 프로듀서의 영향력과 기업의 기획력이 중요하므로 초기에 투입되는 자본과 시간이라는 비용 구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K-POP은 시스템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창조해내는 산업의 결과물이고, 이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향상시키는 데에는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맥락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확장 가능한 원천 소스의 개발과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게 된다. K-POP을 예로 들면, 아이돌 그룹은 차별화된 콘셉트와 그걸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일관된 세계관 아래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가 구현되면 콘텐츠 프렌차이즈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특히 오래 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비전은 이 방향을 향한다고 보여진다. 


그걸 위해서는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저비용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음악이나 드라마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려는 계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때 크리에이티브에 투자되는 비용은 대체로 인건비다.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고, 영상팀을 구성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그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 작사가, 스토리텔링을 위한 작가들이다. 요컨대 대중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개인을 영입하거나(YG엔터테인먼트는 작가이자 방송인인 유병재를 영입했다), 그런 조직과 협업하는 구조가 필요하게 된다(SM엔터테인먼트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그 점에서 현재 K-POP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혹은 종합 콘텐츠 제작사는 앞으로 출판이나 웹툰 분야와 협업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장르 소설이나 웹툰의 제작과 유통을 겸하는 플랫폼 등과의 접점은 늘어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그래픽 노블 출판사와 협업하고,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는 언어의 문제가 중요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번역은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제는 팬덤과 테크놀로지가 그걸 해소해준다. BTS의 경우, 신곡이 나오면 곧바로 전세계의 팬들이 자기 언어로 번역해 트위터로 공유하고, 그 결과물은 위키피디아처럼 첨언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완성된다. 


이 정도로 막대한 팬덤이 없다고 해도, 유튜브에서는 이미 자동 번역을 제공하고 있고, 저렴하고 품질 좋은 번역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오디오클립이 '유인나의 낭독'에서 선보인 것처럼 인공지능이 연예인의 목소리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 더빙이나 번역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인 셈이다.



그래서 다시,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다. 미디어 환경과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20세기에 고립무원처럼 남겨졌던 한국의 로컬 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없애면서,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든다. 심지어 글로벌 기준에서는 제작비도 저렴하다. 한 마디로, 오직 크리에이티브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조건이 된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현재의 다층적인 변화를 살필 때 중요한 관점일 것이다. | 차우진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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