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캬라멜 – 립스틱 (2012)
사람들이 오렌지 캬라멜의 신곡에서 뭔가를 기대한다면 그건 뮤직비디오의 ‘개그’와 음악의 ‘유치함’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부정적인 반응보다 긍정적인 쪽, 요컨대 ‘귀엽다’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점에서, 또한 실제로 그런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오렌지 캬라멜은 명백히 성공적인 유닛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이 원래는 걸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들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니까.
스포츠 부의 멋진 센빠이 컨셉트
신곡 “립스틱”에서도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충족된다. 일본 청춘 만화에서 옮긴 듯한 ‘스포츠 부의 센빠이’ 설정의 ‘개그감’ 넘치는 뮤직비디오는, 음악보다는 멤버들의 안무와 표정을 쉴 틈 없이 뒤쫓게 만든다. 하지만 오렌지 캬라멜의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은 어쨌든 음악 그 자체에 있다. 특히 (병맛같은) 가사는 압도적이다. 이 노래의 “구릿빛 피부가 달콤해 보여 아슬아슬 다가가서 훔치고 싶어 / 립스틱 스틱 세우고 내 입술에 바르고 잘 다려진 하얀 셔츠 위에 살짝 묻히고 / 립스틱 스틱 세우고 네 입술에 맞추고 아찔아찔 솟은 쇄골 위에 몰래 묻히고 /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몰래 묻히고” 같은 가사는 ‘호박씨 까는 여자애’의 일화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만, 유치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웃기고 귀여운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트로트의 포지션이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립스틱 스틱 세우고
립스틱 스틱 세우고
어찌나 눈이 높던지 애인이 있는 건지 살짝 시크해보여
하나도 관심 없는 척 속이는 거 다 알아 흘리고 다니잖아
오똑한 콧날에 베일 것 같아 짜릿 짜릿 네 눈빛에 녹을 것 같아
구릿빛 피부가 달콤해 보여 아슬아슬 다가가서 훔치고 싶어
립스틱 스틱 세우고 내 입술에 바르고 잘 다려진 하얀 셔츠 위에 살짝 묻히고
립스틱 스틱 세우고 네 입술에 맞추고 아찔아찔 솟은 쇄골 위에 몰래 묻히고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몰래 묻히고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어쩌다 그리 된 건지 사연이 있는 건지 살짝 화가나 보여
사실 좀 미안하지만 즐기는 거 다 알아 몰래 웃고 있잖아
촉촉한 눈빛에 빠질 것 같아 찌릿 찌릿 네 향기에 취할 것 같아
우윳빛 피부가 눈부셔 보여 아슬아슬 다가가서 훔치고 싶어
립스틱 스틱 세우고 내 입술에 바르고 잘 다려진 하얀 셔츠 위에 살짝 묻히고
립스틱 스틱 세우고 네 입술에 맞추고 아찔아찔 솟은 쇄골 위에 몰래 묻히고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몰래 묻히고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좀 빼지마 가만히 둘 순 없어 널 널 널 이러지마 오늘 처음 봤잖아
립스틱 스틱 세우고 내 입술에 바르고 잘 다려진 하얀 셔츠 위에 살짝 묻히고
립스틱 스틱 세우고 네 입술에 맞추고 아찔아찔 솟은 쇄골 위에 몰래 묻히고
어머어머 어어어어 어머어머
누가 작사를 맡아도 일관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본 포맷
“립스틱”은 에일리의 “Heaven”과 뉴 이스트의 “Action”을 만든 이기, 서용배 콤비의 결과물이다.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이들이 도맡았는데 흥미로운 건 이들의 다른 곡에서는 오렌지 캬라멜의 정서(랄까…)가 드러나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건 “마법소녀”나 “아잉♡”, “샹하이 로맨스”, “방콕시티”로 이어지는 히트곡들의 작사가가 모두 다름에도 동일인이 만든 것처럼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점이다. “마법소녀”와 “아잉♡”은 휘성, “방콕시티”는 원태연, “샹하이 로맨스”는 희철(슈퍼주니어), “립스틱”은 이기/서용배가 작사했는데 이 모든 노래들은 공통적으로 부사나 감탄사가 반복되며 토 나올 정도로(응?) 귀엽고 앙증맞은 인상을 남긴다. ‘힐끔 힐끔’, ‘부끄 부끄’, ‘간질 간질’, ‘아잉 아잉’, ‘꺼이 꺼이’, ‘찌릿 찌릿’, ‘몰라 몰라’, ‘울먹 울먹’ 같은 표현은 각 노래들에 훅(hook)을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오렌지 캬라멜의 특정한 인상을 결정한다.
요컨대 오렌지 캬라멜의 노랫말은 누가 작사를 하더라도 일관된 표현과 어법을 사용하도록 기본 포맷이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우연에 의한 결과라 해도(첫 번째, 두 번째 히트곡을 작사한 휘성의 어법이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에는 ‘규격’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그 룰은 오렌지 캬라멜의 정체성과 컨셉트, 기획에 의해 정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성공적인 유닛’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단지 우연한 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음원 판매와 끊임없는 행사로 수익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회사의 모든 물적 자원이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념하기 때문이다. 길티 플레져는 그렇게 탄생한다. | 201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