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이런 문제를 냈어요.
"이 거대한 실타래를 한 번에 푸는 사람에게 왕국을 물려주겠다."
온 세상 다양한 사람들이 실타래를 풀려고 했지만 한 번에 푸는 건 불가능했죠. 문제를 풀지 못한 사람들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사람이 왕궁에 들어왔어요.
"제가 한 번에 풀 수 있습니다."
왕이 고개를 끄덕하자 이 사람은 갑자기 품에서 번쩍이는 도끼를 꺼내 실타래를 내려쳤어요. 모두가 놀랄 틈도 없이 반으로 갈라진 실타래가 순식간에 풀려버렸죠.
이 이야기는 나중에 '결단'이라고 불렸답니다.
복잡한 문제를 잘 풀어보려고 애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한 번에 끊어버리는 용기도 필요하겠죠. **님, 결단이 필요하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망설이지 말고 한 번에 팍!
10월 21일의 밤레터, 시작합니다.
소금과 오혁의 콜라보. 제목은 중의적인 뜻으로 밖으로 놀러가는 '야유회'와 '야유하는 사람들'이에요. 악플에 대한 얘기겠죠. 작사는 소금, 작곡은 소금과 글로잉독. 오혁은 편곡에 참여했어요. 비디오가 진짜 약빤 것 같은 느낌인데,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뱅상 캐스통(Vincent Castant)이 연출했어요. 사진은 최근 선셋롤러코스터+오혁의 "Candlelight"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DQM(정다운)이 맡았고요. 유튜브 베댓이 '계란에 소금이라니 환상궁합'. ㅋㅋㅋㅋ 이건 정말로 못 이기겠네요. 반숙란 먹고 싶다....
차우진의 워드비트
시간에 대한 예술적 욕망: <데브스>와 <테넷>
왓챠에서 독점 공개한 SF 시리즈 <데브스>에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 사상 최대 규모, 최고 성능의 슈퍼 컴퓨터가 처리하는 일은 역사를 재현하는 일. 역사의 어느 한 때를 시뮬레이션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며 성공한다. 그리고 과거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류의 문명은 뭔가를 지배하려는 욕망을 구현하며 발전했다. 공생하고 상생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그 성찰의 출발 역시 지배와 확장이었다. 과학 뿐 아니라 예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시간'을 극복하는 것은 예술가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태초에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음유시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형되거나 사라졌다.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도 시간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었다. 대체로 예술가의 자의식이란 작품을 통해 영생을 얻고자 하는 세속적 욕망과 같은 맥락에 있다.
예술의 역사는 시간에 대항하는 실험의 역사였다. 자연 법칙을 거슬러 영원성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시공간이라는 음악의 제약은 레코딩으로 극복되었다. 영화는 필름에 시간을 저장하는 것을 넘어 편집이라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시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중요한 과제는 갤러리에 전시된 예술품을 어떻게 그 밖으로 꺼내어 관람객의 시간과 동기화시키는지다. 어떤 프로젝트는 시간과 대립하고, 또 어떤 것은 화해하고 융화된다.
<테넷>에서도 시간은 매우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 안에서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시간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내러티브 뿐 아니라 촬영과 편집에도 시간이 재구성되는 구조에서는 감독을 제외한 배우나 스태프가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오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만이 완성된 그림을 맞출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을 통제하려는 욕망, 예술가가 기꺼이 전지전능한 지위를 얻으려는 욕망이기도 하다. <데브스>와 <테넷>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어떻게 자연법칙을 넘어서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위대한 성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의식 과잉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새삼 중요한 건 관점이다. '시간'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재정의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시간과 대립하고 누군가는 시간과 융화한다. 그에 따라 과정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결단'에 대한 오래된 동화의 주제는 용기가 아니라 문제의 재정의다. '풀어야 하는 실타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결단'하게 만든다. <데브스>와 <테넷>을 보면서 이 휘황찬란한 이야기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마치 세이렌의 마녀들이 부르는 노래처럼 우리를 심연으로 끌어당기지만, 교훈이란 대체로 이야기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 2020.1021
제가 심야에 종종 듣는 곡을 소개합니다.
일 많고 고독한 밤, **님에게 이 음악들이 짧게나마 그럭저럭 괜찮은 여유를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도 자신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밤을 보내세요.
너무 많은 일을 벌린 건가 아닌가, 결단이 필요한 밤.
말 많고 우유부단한 차우진이었습니다.
캐논스는 LA에서 활동 중인 3인조 일렉트로니카 밴드에요. 폴 데이비스, 라이언 클랩햄, 미셸 조이가 멤버인데 미셸 조이의 꿈꾸듯 아름다운 보컬이 심야에 매우 잘 어울리네요.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엠마 젠슨은 어느 플랫폼에 "Closer"를 올린 게 바이럴되며 스포티파이에서만 20만 명에 가까운 리스너를 확보했어요. 사실 매우 수줍은 성격이라 첫 곡을 완성하고 공개할 때까지 몇 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당연히 누구도 자신이 음악을 만든다는 걸 몰랐다고 하네요.
TMI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음악학과 진학에 실패했기 때문이래요. 망연자실했다가 '오케이, 그들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라고 다짐했다고 해요. 프로듀싱은 유튜브로 배웠고요. 인터뷰에서 찾은 말을 공유합니다. "불안함 때문에 큰 꿈을 꾸지 못하면 안 된다. 편안한 곳에서 벗어날 때,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성취할 수 있는 뭔가를 찾을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에요. 어두침침한 분위기 속에서도 낙관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곡인데, 최근 발표한 신곡은 분위기가 반대에요. 90년대 인디 록처럼 밝은데 어두운 느낌. (Fenne Lily - Solipsism)
TMI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동생 때문이었대요. 어린 동생이 기타를 쳤는데 잘한다 잘한다 칭찬받는 걸 보고 질투심에 그 기타를 훔쳤다고요. ㅋ 그때부터 방안에서 기타만 치는 히키코모리로 자랐는데, 엄마와 친구가 사람들을 좀 만나라고 설득해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악을 올리면서 프로페셔널의 길에 들어섰어요. 네, 우리에게는 칭찬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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