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9시, 메일함 속 텍스트 라디오 <밤레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환절기에요.
이 전환의 감각은 늘 뻔하지만 또 한편 놀랍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서 저기로 점프하는 기분이니까.
이 계절에 누군가는 둥실둥실 떠오를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른 채 멈춰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거기가 어디든 여러분이 지금 발 딛은 곳에서 부디
뭔가를 찾기를 바래봅니다.
가을이에요.
밤레터의 시즌2, 첫시간 시작합니다.
치과 의사가 좋아할 것 같은 음악으로 시작했어요. ㅋㅋ 데이글로우는 오스틴의 21살 싱어송라이터, 슬론 슈트루블의 개인 프로젝트인데요, "리스테린"은 희망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싱글입니다. 요즘 팝 분위기가 대체로 어두운 것에 비해 매우 낙관적인 음악이에요. 소박하고 솔직해서 좋네요, 역시 젊은이!
시즌2부터 에세이, 리뷰/칼럼, 고민상담을 돌아가며 쓰게 되는데요, 오늘은 에세이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말 많은 디제이의 썸데이 | 차우진의 워드비트 | 밤레터의 고독한 수다방
언젠가 인터뷰를 하던 때의 일이다. 내게 질문하던 에디터가 문득, "왜 쓰세요?"라고 물었는데, 아마 자신도 언젠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서 툭 던진 질문일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라고 답했다.
작가들은 보통 자신이 창작하는 이유를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그래서 쏟아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게 맞을까. 혹은 지금도 유효할까. 이런 관점은 '창작'을 유난한 것, 특별한 것으로 신화화하는 게 아닐까.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음악을 만드는가. 나의 사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왜 영화를 찍는가. 찍고 싶은 장면이 있어서다. 왜 쓰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이 순환 논리에 조금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창작은 사실 자기만족과 자기애에서 출발하는 게 사실이겠지만, 그러나 끝나는 곳이 바로 거기여서도 곤란하다는 생각.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능력과 일을 '개인 자산'으로 생각한다. 그건 자신의 능력과 노력, 기회와 역량을 발전시킨 결과다. 그러므로 온전히 나의 것이다. 예술도 그렇다. 나의 관점이 중요하고 나의 세계관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누군가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찍듯이 나도 나의 글을 쓴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고 돈을 벌고 커리어를 쌓고 또 다른 기회를 얻는 것이 온전히 내 취향과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나는 한 시대의 총합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결과의 집합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나고 영감을 받은 사람들, 내게 도움을 주고 기회를 준 사람들 뿐 아니라, 그동안 내가 보고 들은 책, 영화, 음악을 만든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하다못해 내가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계속해서 뭔가를 쓰고 기획하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 모두가 바로 이 세상과 내가 연결된 덕분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형태가 없는 것, 감정과 마음 모두 그렇다. 그렇다면 이 연결된 관계에서 나의 역할이란 결국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쓰는가'란 질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왜때문에 나는 하필 쓰는 일을 택해서 이 고생을 하게 된 걸까,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등등의 걱정, 불안, 고민과 질문은 조금 바뀔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은 바로 여기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 쓰는가. | 2020.0923
오늘은 로맨틱한 음악들을 모아봤어요.
사랑, 그러니까 뭔가를 오랫동안 함께 하는 일 말이예요.
오늘도 자신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밤을 보내세요.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를 찾는 밤, 차우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