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잠을 잘 못 잤어요. 일이 많았다기보다는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틈틈이 마감을 하고 일을 하느라 분주했네요. 스케줄링에 실패한 제 탓이죠 뭐. ㅎㅎ 차우진님의 일주일은 어땠나요? 분주했나요, 한산했나요, 불안했나요, 아니면 행복했나요.
오늘의 밤편지는 '내 친구의 마음 건강을 위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입니다. 마침 고민하던 내용을 재열님이 써줬어요. 일단 오늘의 음악 먼저 듣고, 함께 읽어요.
요즘 여행 영상을 다룬 뮤직비디오가 부쩍 늘어난 것 같아요. 코로나19 상황 때문이겠죠. 여행은 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요즘, 이런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곤 합니다. 수잔의 신곡 뮤비도 남미 여행기를 담았는데요, 재미있는 건 아빠와의 여행을 담았다는 점 같아요. [Con papá]라는 제목으로 아빠 목소리가 담긴 "Con papá"와 "투명한 하늘"을 실었어요. 비디오가 너무 유쾌하고 아름다워서 요즘 자주 보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되묻게 되네요.
어느날 밤 열한시. 카톡 하나가 왔습니다.
: 재열 쌤, 나 너무 미안한데 잠깐만 전화해도 돼요?
그날따라 저는 너무 아파서 앓아누운 날이었습니다. 비몽사몽 상태로 겨우 전화를 받았지요. 힘들어 하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 끊지 않을까. 빨리 끊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통화버튼을 누른 순간,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지인은 전화를 받자마자 무너지듯 오열했어요.
"내가... 뭔가 부서져 버린 것 같아요. 뭔가 이상해요... 나... 살고 싶지 않아요."
잠깐. 여러분도 한 번 쯤 이런 경우 있지 않나요?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둘, 걱정될 때. 그들을 보면서 내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게 되죠.
코로나19 때문인지, 요즈음 특히 ‘내 친구의 마음건강이 걱정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이런 마음, 자신만의 동굴로 점점 들어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뭐라도 하고픈 마음이야말로 보편적인 감정일 겁니다.
이때 중요한 건 뭘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우울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질환’의 경계로 접어든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에요. 감정은 사람과 사람의 교감으로 나아질 수 있지만, 질환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다시, 그날 밤의 통화로 돌아가 볼까요?
그때 저는, 전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무거운 공기를 느끼고는 직감했습니다. ‘이건 내가, 보통 사람인 내가 섣불리 할 수 없는 일이구나.’라고요. 그래서 조언을 하거나 뭔가를 해주는 대신, 그저 이 격앙된 밤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있기를 선택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다가, 눈물이 터질 때는 가만히 기다렸어요. 한참 뒤 조금 안정된 상태의 그에게 저는 말했습니다.
“저 지금 누워있는데, 우리 같이 누워볼래요? 그리고 나랑 같이 심호흡 좀 해봐요. 인중에 주의를 집중하고 들숨 날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집중해보자고요. 조금 생각이 멈출지도 몰라요.”
그렇게 삼십 분 정도 우리는 말없이 들숨과 날숨을 주고받았어요. 조금 졸린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오늘 잘 잤는지, 꼭 내일 아침에 말해줘요. 꼭 내일 연락해줘야 해요. 기다릴게요. 꼭.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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