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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섹스를 예감하는 순간

<치코와 리타> OST | Besame Mucho와 Cellia

by 차우진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사실 지나보면 별 것 아닌 데에 반한다. 가령 삐져나온 머리칼이라든지 멀쩡한 도보에서 발을 헛딛는 때나 커다랗고 이상한 웃음소리 혹은 사람들 앞에서 졸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해내는 순간 같은. <치코와 리타>에서는 그게 <Besame Mucho>가 흐르는 때다. 거기서 치코는 한 눈에 리타에게 반한다.


그런데 그 사람과 첫 섹스를 예감하는 순간은 좀 다르다. 사랑에 빠지는 게 우연이라면 첫 섹스는 필연이다. 거기엔 서로의 육체와 영혼에 대한 끌림과 갈망이 있다. 술자리에서든 댄스홀에서든 그런 관능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무엇보다 그건 오직 그 둘만 아는 순간, 요컨대 마법같은 순간이다. <치코와 리타>에서 그 강렬한 때는 <Besame Mucho>가 아니라 <Cellia>가 흐르는 때다.


텅 빈 바에서 치코가 피아노를, 바텐더가 술병을 두드리는 중에 리타가 빙글빙글 춤을 추는 이 장면은 둘의 첫밤을 위한 전희다. 관능적 에너지가 넘친다. 보는 동안, 마치 긴 뮤직비디오 같은 고전적 신파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리타 같은 아름다운 곡선의 몸과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동선을 쉽게 재현할 배우도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그리고 반세기 전 쿠바와 뉴욕의 거리도).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막: “베보를 위해”란 말로 헌정된 베보 발데스가 사운드트랙을 전담했지만 이 곡만은 롤란도 루나가 연주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후기 멤버이자 쿠바의 대연주자로 칭송받는 피아니스트다.


https://youtu.be/VucBr7vPBKY

치코와 리타 OST - Cel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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