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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앓는다

<디센던트> OST | Ka Makani Ka’ili Aloha

by 차우진

나는 늘 휴양지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얼마간 머무르는 것 말고, 거기서 태어나고 자라고 사는 사람들의 삶 말이다. 물론 다른 삶, 요컨대 출근하고 욕먹고 야근하고 욕먹는 삶과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휴양지니까 뭐가 달라도 다를 게 아닌가.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맷(조지 클루니)이 “육지 친구들은 내가 천국에 사는 줄 안다. 제정신인가? 하와이에 산다고 인생에 면역이 된다고 생각하나? 젠장, 난 서핑 안 한 지도 15년째다”라고 할 때, 퍽하고 한 방 먹었다.


때때로, 아니 대부분 인생은 오랜 질병 같아서 우리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앓는다. 맷도 그렇다. 부질없는 로또번호처럼 주르륵 어긋나는 사건들에 삶이 휘둘리는 동안 백신도 없이 계속 앓는다. 한번 앓았으니 이젠 괜찮지 않을까. 설마 그럴리가. 우리는 삶을 감기처럼 앓는다. 몇번이나 계속해서 반복해서 겪지만 그때마다 매번 새롭게 아플 것이다. 그래서 엔딩이 좋았다. 삶이라는 질병에 믿을 건 한 이불 덮고 사는 가족뿐일 테니까. 그 마지막 장면에서 개비 파히누이의 <Ka Makani Ka’ili Aloha>가 흐른다. 하와이의 음유시인이자 슬랙-키의 장인이다. ‘사랑을 훔치는 바람’ 정도의 이 제목은 ‘키파훌루 지역에 부는 산들바람’의 별칭이기도 하다. 앓는 이들을 달래주듯 애잔한 올드 팝이다.


<디센던트> OST | Ka Makani Ka’ili Al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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