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새벽 5시. 눈을 떴다. 아침 9시 40분에 인천공항에서 도쿄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4박 5일 일정이다. 여름 방학을 맞은 아들과 함께 간다.
계산해 보니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금액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쌌다. 그래서 자동차를 끌고 출발했다. 장마철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가 오진 않았다.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2시간 전에 도착하니 시간에 여유가 있다. 짐은 어깨 매는 가방이 전부여서 짧은 시간에 체크인과 출국검사를 마쳤다. 장마철이고 7월 중순이어서 그런지 북적대던 4월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시절과 비교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 4월에 입국절차가 3시간 걸렸던 기억이 있어 빨리 입국검사장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입국검사장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새로 바뀐 전자입국시스템이 완전하진 않지만 정착이 된듯하다. 4월보다는 심사과정이 원활했다. 입국절차 간소화를 위해 사전에 등록했던 비지트재팬웹(VisitJapanWeb)에서 동승자인 아들에 대한 등록이 잘 안 이루어져 당황했지만 가이드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통과하였다.
도쿄도심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거리는 60km.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지하로 고고(Go Go). 우선 수이카 카드(SUICA CARD)를 샀다. 2000엔을 충전하고 케이세이선으로 진입. 정면에 보이는 파란색은 일반과 쾌속선 라인, 왼쪽은 주황색의 특급(Access Express)이다. 특급을 타야 한다. 왜냐하면 빠르고 싸다. 바로 진입하여 내려갔다. 확인을 위해 주변에 물어보았다. 한번 잘못 타면 골로 갈 수 있는 일본의 복잡한 철도시스템. 거듭 확인해야 한다.
닛포리에서 내렸다. 3시였다. 난야 시장에서 타코야끼를 먹고 숙소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문이 닫혀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업 중인 모찌가게로 들어갔다. 모찌가 작고 식감이 보들보들하면서 달다. 맛있다.
밥을 먹고 갈 요량으로 우에노 쪽으로 걸어갔다. 예상시간은 20분 정도였는데 길을 잘못 들어 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여행을 아날로그로 하는 것을 좋아해서 데이터로밍을 신청하지 않았다.
우에노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우동과 소바를 시켜 먹었다. 가게에 주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다. 돈을 집어넣고 원하는 메뉴에 버튼을 누르면 주문표와 거스름돈이 나온다. 가게 입구에는 방송출연 가게라고 쓰여 있었으나 그냥 그랬다.
우에노역 관광정보센터에 가서 무료 한국어 여행 가이드북을 챙겼다. 그리고 일본철도(JR) 역사로 가서 지하철을 탔다. 호텔이 있는 료고쿠역으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 체크인하고 방에 갔다. 1인실에 더블베드가 놓여있었다. 방이 작다. 1인실에 더블침대를 놓은 것 같다. 이래서 1인실 가격에 2만 원 정도 더 붙었구나 싶다. 당연히 아들은 방이 작다고 뭐라 한다. 나도 이럴 줄 몰랐다.
불만인 아들을 데리고 지하에 있는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은 만족. 씻고 욕탕에 몸을 담그니 몸이 풀린다. 2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서 방에서 흡입했다. 크림빵과 마요 김밥은 예술이다. 강추한다. 덥고 몸도 피곤하고 내일부터 힘든 일정이 예상되기에 방에서 쉬기로 했다.
7월 19일 아침. 스카이트리로 향했다. 도보로 20분. 걷다 보니 소금 빵집이 보이는데 사람이 많다. 맛집일지 모른다는 촉이 왔다. 역시 진짜 맛있다. 하나에 110엔. 가격이 너무 착하다. 동네빵집인 줄 알았는데 유명한 팡메종(Pain Maison) 아사쿠사 지점. 인생 소금빵 맛집이다. 긴자 지점도 있다.
스카이트리에는 전파송신탑과 지하철역사와 쇼핑몰이 있다. 9시 반 개장이라 기다렸다. 이른 아침인데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일본인들은 줄 서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듯하다. 개장하고 쇼핑몰에 들어가니 다들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한다. 의례적인 개장 응대인 듯했으나 인상은 무척 좋았다. 건성건성 한다는 느낌보다 진심으로 응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사쿠사까지는 스카이트리에서 한 정거장. 걸었다. 도쿄 어디를 걸어도 보도가 울퉁불퉁하지 않다. 평평하고 반듯하다. 빈틈이 없고 폭신폭신하다. 기분이 좋다. 다리를 건너는데 스미다 강이 파란 하늘 아래 유유히 흐른다. 힐링이다.
아사쿠사 센소지절. 사람으로 북적댄다.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645년에 지어진 절로 도쿄에서 가장 큰 절이다. 한국절과 다르게 공간이 여유롭다. 건물은 벽화가 없고 문양도 단순하다. 그러나 깊이가 느껴진다.
도쿄역. 1914년에 개장한 도쿄역사는 황궁과 마주하고 있다. 건물은 정갈하다. 1925년에 완공된 서울역사와 느낌이 비슷하다.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주변환경이 정갈하다.
황궁으로 가는 길. 황궁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과 관광객이 보인다. 보행도로가 넓다. 황궁 앞 공간은 넓고 무척 여유롭다. 경찰들이 동네 아저씨 같다. 무척 친절하다.
황궁은 하얀색 건물에 흑회색의 기와가 잘 어울린다.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돌담. 그리고 푸른색 식물과 물이 어우러진 해자. 그리고 여유롭게 심어져 있는 소나무. 조화롭다. 편안하고 친근하다.
황궁을 돌아 최신식 고층건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긴자거리다. 명품가게, 음식점과 가게들, 화려하다. 쇼핑중심지다. 롯데면세점 건물 옥상으로 가니 긴자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멋진 경관이다. 더욱이 공짜다.
이곳저곳을 걸으며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카모토 료마의 동상. 왜 이곳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근대화의 상징적 인물이기에 사진 한 컷.
7월 20일. 신주쿠 도쿄시청에 갔다. 도쿄시청 전망대는 무료다. 신주쿠역에 내려걸었다. 지하에 보행용 에스컬레이터로 수월하게 이동했다. 전망대에서 보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후지산도 보인다.
우에노에 있는 서양미술박물관에 갔다. 건축가 르 코르브지에가 설계했다는 미술관. 마당에서 로댕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파리에 있는 로댕 박물관과 달리 공간이 여유롭고 넓다. 일본식 정원에 돌이 놓여 있듯 청동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중세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많은 유명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7월 21일. 하라주쿠로 갔다. 청소년들이 많다. 홍대 느낌이다.
메이지 신사에 들어가 보니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다.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걷다 보니 메이지 천황의 신사가 보인다. 외국인도 많고 일본인도 많다. 나를 비롯한 외국인들은 관광하듯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는다. 일본인들은 합장하며 뭔가를 빌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냄새가 난다.
메이지신궁을 나와 남쪽으로 걸으니 오모테산도다. 청담동 명품거리가 연상이 된다. 안도 다다오가 지은 오모테산도 힐즈 매장을 들어갔다. 길가의 가로수보다 높게 짓지 않은 건물. 강남 가로수길은 나무가 건물 가린다고 나무 윗부분을 잘라버렸는데. 비교가 된다. 플렉스 인정
조금 더 걸으니 시부야다. 스크램블 횡단보도에는 언제나 그렇듯 수많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버스를 타고 롯폰기 힐즈에 갔다. 부자동네인 미나토구에 있다. 주상 복합 건물인데 입구매장은 흡사 유명 백화점이다. 명품가게가 즐비하다. 외국주재원들로 보이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인들도 부유해 보인다.
마지막날. 우에노로 갔다. 우에노 시장에서 오꼬노미야끼를 먹었다. 조리서비스를 받았더니 테이블당 가격이 아닌 인당 가격이었다. 두 명이니 더블. 예상치 못한 마지막 날의 계산착오. 현금이 빨리 소진되어 계획한 라멘을 못 먹었다.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일본국립박물관에 갔다. 표를 예매하려 하니 한국인인걸 알아보고 매표소 직원이 한국어를 한다. 15년 전 일본에 출장 왔을 때랑 비교하면 일본인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인들은 친절하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함이 예전에는 있었다. 지금은 긍정적인 변화가 느껴진다. 한국이 많이 발전한 덕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수고했어. 톡톡.
전시물들을 보다 보니 고대시대 한국의 문화가 전달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이 있다. 고무적이다. 30년 전 만난 일본유학생은 이런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설명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고 뭔가 열리고 있다고 느낀다.
일본 칼과 갑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도수련을 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눈길이 간다. 한국국립박물관은 문인들의 서예, 그림 등이 많은데 일본 국립박물관은 무사 관련 전시물이 많다. 선비문화와 사무라이 문화 때문인가.
박물관건물 외부에 일본식 정원이 있다. 편하고 복잡하지 않다. 군더더기가 없다.
용산 국립박물관 외부에 있는 연못과 정자도 좋다. 반가사유상을 보고 나서 밖으로 나와 소나무와 연못 연잎을 보며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덧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리타로 가는 전철을 탔다.
도쿄는 정중동 동중정의 도시다. 서울이 다이내믹함이 많이 강조된 곳이라면 도쿄는 정과 동의 조화가 이루어진 도시다. 대도시지만 걷으면 힐링이 되고 쉴 수 있는 공간과 배려가 중간중간 있어 지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기 전 도쿄에 나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올 수 있어 행복했다. 아리카토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