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김대리
이부장
최대리
서차장
점원
월요일 아침 7시, 따르릉따르릉 핸드폰 알람 소리가 시끄럽다. 무대 중앙에 김대리가 서서 이불을 덮고 있다. 김대리의 대사와 함께 이불이 사라지고, 김대리의 생각이 독백으로 펼쳐지고, 자연스럽게 소품들이 바뀌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김대리: (독백) 아~ 회사 가기 싫다
지하철 안. 김대리는 철로 된 손잡이 바를 잡고 가방을 앞으로 메고 이리저리 밀린다. 옆 사람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옆 사람 입에서 술냄새가 난다.
김대리: (독백) 어제 얼마나 쳐 마셨길래…….
회사 가는 길. 손잡이는 사라지고 김대리는 잠시 멈춰 시계를 보더니 자세를 바꿔 지하철 역을 빠져나와 김대리는 뛴다.
김대리: (독백) 빨리 가서 아침 주간회의 발표자료 만들어야 하는데……지난주 금요일에 미리 할 걸. 실적이 안 좋아 김부장이 지랄할 텐데……오늘도 무사히.
부지런히 뛰던 김대리는 회사건물 앞에서 멈춰서 헉헉 숨을 돌린다. 옆에서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배연기가 김대리의 목구멍으로 들어온다.
김대리: (독백) 허억. 아씨. 욕 나오네……
드디어 김대리가 멈추면 인물들이 자신의 책상과 의자를 가지고 나오며 자리에 앉는다. 회의실에서 주간회의가 열리고 있다. 마케팅부 이 부장, 서 차장, 추 과장, 김 대리, 최 대리, 그리고 미스터 박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 앉아 있다. 최대리가 열심히 자료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이부장: 최대리! 지난주에 발표하라고 한 ‘초콜릿바’에 대한 내용이 왜 없어.
최대리: 아. 그게… 김대리님이 예전에 출시했다가 안 팔렸던 상품이라고 해서 고민 중입니다.
(김대리에게 속삭인다) 김대리님 전에 뭐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김대리: (방백) 최 대리 쟤 미쳤나. 왜 나를 끌어들이고 난리야. 지가 정신 못 차리고 준비 못한 것을……
이부장: 야~ 김대리. 네가 부장이야 뭐야...... 네 일이나 똑바로 해……남의 일에 웬 참견이야.
김대리: 아. 그게 최대리가 물어보길래. 어……
이부장: 그래서. 너 정신 안 차려!
김대리: 죄송합니다.
김대리: 죄송합니다.”
회의가 끝난 후 최대리가 김대리에게 다가온다.
최대리: 어머. 죄송해요. 보고하다가 당황해서.…..
김대리: (방백) 최대리 너는 진짜 가증스럽다. 으아아아
괜찮아요. 하하하”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이부장: 밥 먹으러 가지. 추천메뉴 없나?
최대리: (김대리를 쳐다보며) “김대리님이 맛집 잘 아시잖아요. 김대리님이 추천해 보세요.
김대리: 최대리가 정해. 나야 무얼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최대리: 김대리님이 드시고 싶은 것 생각해 보세요.
서차장: 그래. 김대리가 정해봐.
김대리: (방백) 열불 나는데 매운 짬뽕 먹고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
비도 오고 하는데 중식 어떠세요. 저는 짬뽕이 댕기네요…..
이부장: 오늘 중식으로 하지.
중국집 바로 옆 돈가스집. 최대리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메뉴판을 뒤적인다. 모든 사람이 멈춰 선다.
최대리: 부장님, 돈가스가 맛있어 보이네요. 이 집 히레가스가 맛이 있어요.
이부장: 그래?
최대리: (김대리를 쳐다보며 해맑게 웃으며) 김대리님, 돈가스 어때요?
김대리: (방백) 하…. 오늘은 웬일로 양보하나 했다. 가증스러운 저 미소. 먹는 걸로 싸울 수도 없고.
하하하 돈가스 좋지요.
정신없이 업무를 보던 김대리는 갑자기 주식투자한 것에 대해 생각이 났다. 슬그머니 복도로 나와 핸드폰 주식창을 열어본다.
김대리: 5% 올랐네. 팔까. 아니면 좀 더 오르면 팔까? 그래 하루 종일 기분 거지 같았는데. 한 번쯤은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는구나. 조금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 보자. 흐흐흐
김대리는 잠시 슈퍼개미가 되어 이부장에게 사표를 던지고 유유히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김대리: 갑자기 무슨 일이지. 개폭락이군. 기관이 장난치나. 아. 절망이다.
김대리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김대리: 아~개 같은 월요일이군
주변에서 김대리를 쳐다본다.
김대리: 아. 아니에요. 광고대행사가 초안을 엉망으로 해서 보냈네요. 하하하”
퇴근 후 지친 모습의 김 대리는 백화점 지하식품코너에 간다. 7시 50분. 식품코너는 떨이가 한창이다. 3만 원 하는 초밥 한 팩에 만 팔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늘 주식에서 많은 손해를 본 지라 아쉽지만 좀 더 싼 식품을 사러 지나쳤다. 그러나 초밥만이 김대리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김대리: 그래 초밥 먹자.
코너를 한 바퀴 돌아 초밥 코너에 갔다.
점원: 초밥 한 팩에 만원! 만원!
김대리: (기쁨에 소리치며) 아저씨 여기 두 팩 주세요.”
초밥 포장을 들고 가는 김대리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김대리: 집에 가서 냉장고에 있는 생맥주 까서 초밥이랑 먹어야지. 흐흐
김대리는 다소 가벼운 발걸음을 하면서 집으로 간다.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