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화서> <국경시장>
말은, 인간의 붙잡고, 넘어서려는 모든 행위를 단단하게도 얽매고 있습니다. 의지와 의미가 먼저일까요, 말이 먼저일까요. 그 징글징글한 말과 더불어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삶으로 향하려 하는 이들이 바로 시인이겠죠.
말 속으로, 말을 고스란히 앓으며, 저 밑바닥까지, 깊숙이 잠수해온 한 시인이 다음에 올 시인들의 귀에 흘려 넣어주는 말들, 이라고밖에는 이 책을 설명하지 못하겠네요. 어느새 내가 말을 하는 것인지, 말이 나를 타고 흘러나오는 것인지 모를 풍경이라고 밖에는요.
풍경의 절반은 여백이고, 그 여백은 침묵이자 시간이자 죽음이며, 어쩌면 인간의 애달픈 운명이 놓인 아슬아슬한 경계인지도 모르죠.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을 겁니다. 깨어있는데 환영 속을 걷는 것 같고, 두 번 사는 것 같고, 뫼비우스의 띠 속에 갇힌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돌아 결국 그 자리이기도 하고, 이제까지의 삶을 버리고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실은 어딘가 제 자리를 찾고 싶어서 황망하게 떠돌다가 여기까지 공허하게 와 버렸음을 깨닫는 순간.
그런 당신 앞에 도깨비처럼 국경 시장이 펼쳐집니다. 기억을 팔아 온갖 휘황한 것을 손에 넣는 곳, 겨우 며칠 만에 나의 존재를 흥청망청 소진해버릴 수 있는 곳, 희미하고 멀어진 삶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
당신이 고통 때문이거나, 두려움과 허무함 때문이거나, 바닥 같은 슬픔 때문이거나 상관없이 한번쯤은 꾸었던 이런 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처연한 이런 꿈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소설입니다.
*이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 '다-용도실'@da_yongdosil 내 공유 서가 '멈포드의 서재'@mumford_salon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