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섬들의 지도> <세잔의 산을 찾아서> <고뇌의 원근법>
당연히 간 적이 없을뿐더러 이름조차 처음 듣는 이 수십 개의 섬에 깃든 이야기를, 저자도 역자도 아닌 저는, 만난 적이 없을뿐더러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당신들에게 시시콜콜 전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입니다. 그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에 이름을 붙이고, 자리와 거리를 헤아리던 간질간질한 마음이 이 책을 보면서 되살아났기 때문이겠죠.
이 섬들은 각각이 그 자체로 하나씩의 언어이자 문명이어서, 인간의 운명은 그 안에서 덩굴식물처럼 자라고 얽히고 시들어 갑니다. 분명 유난히 마음을 끄는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간만에 환한 미지를 마주하게 되실 거고요, 어쩌면 꿈꾸었던 바로 그 섬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그런 사랑,이란 반드시 남녀간의 로맨틱한 연애 감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 어떤 사람에 대한 동경은, 궁금증은, 질투는, 집착은, 이해할 수 없이 절박한 끌림은, 오롯한 나만의 삶을 뒤흔들고 들쑤십니다. 그런 격동,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선택합니다. 외면하거나, 비껴가거나, 그럼으로써 나라는 견고한 자아를 안온하게 보존하는 편을 택하거나.
하지만 물론 그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길도 있습니다. 세잔의 색조에, 그 몰입과 직시에 무한히 매혹된, 이 책의 저자처럼요. 그 관통은, 바람에 휘둘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샛길로 헤매면서 기어코 다다르는 그 여정은 스스로를 절실히 깨뜨려보는 생의 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 장의 그림을 몇 시간이고 붙박인 듯 바라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알 겁니다. 한 장의 그림 아래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지, 그 그림과 관객 사이의 거리란 얼마나 가깝고도 먼지, 알아보는 눈앞에서 그 그림은 얼마나 심연 같은 시간인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종종 가장 비극적인 자리에서 잉태되고, 슬픔과 고뇌를 양분으로 삼아 솟아올라, 절실하고 견고한 형태로 영영 남습니다. 저는 그런 그림 앞에서, 까마득했던 적이 있습니다. 울어버리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죠.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겨우 눈을 뜬 관객이 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화가라는 영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인류 공통의 신화와 전설, 생명에 대한 경외와 죽음에 대한 공포 사이에서 인간들이 저지르거나 겪는 무지와 폭력, 사랑, 연민, 뒤엉킨 욕망과 감정들… 일 겁니다.
결국 사람을 깊숙이 뒤흔드는 것들은 결코 예쁘거나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인물의 눈빛에서, 묘한 붓질에서, 뒤틀린 구도에서, 화가의 인생에서 그림을 둘러싼 비극적인 세상을, 인간에 대한 통탄하는 이해를 읽어내고야 말고, 당신은 그 눈 깊은 이끎에 강렬히 이끌리고야 말 겁니다.
*이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 '다-용도실'@da_yongdosil 내 공유 서가 '멈포드의 서재'@mumford_salon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