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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jin Park Jul 31. 2019

7월, 순간순간의 아이러니로 생은 이어지고

미소를 잃었을 때 <조엘 마이어로위츠>

카메라가 흔하지 않았던 옛날의 사진들을 보면, (편견이거나 착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카메라라는 새로운 장치를 다루어보게 된 사람들의 흥분이 느껴집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각의 틀 안에 가둘 수 있고, 심지어 그 색채들과 아름다운 얼굴들, 앗, 하는 순간 스쳐보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우연과 행운들, 구도와 각도를 틀었더니 튀어나온 이야기의 반전들, 을 손 안에 넣게 되었다는 경이로움 말입니다. 


가끔 60~70년대 사진집을 다시 펼쳐봅니다. 개인적으론 거칠어도 대담함이 있는 사진들이 좋습니다. 내가 이 사진을 찍었다니!!! 라고 외치는 듯한 용기와 자부심, 뻐기는 듯해도 자신만의 이유가 있는 풍경을 발견하면 조금 더 오래 멈추게 됩니다. 처음 나뭇가지를 비벼 불씨를 피워 올렸을 때, 처음 씨앗을 심은 후 돋아난 새싹을 봤을 때,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같은 인류사의 디딤돌을 막 벅차게 딛어 본 사람들의 마음을 생생히 목격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아마도 이 시대엔 희귀해진 마음들이어서일까요) 


60년대 초부터 활동한 사진작가 조엘 마이어로위츠의 사진들은 언제나 저에게 그런 (상상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주 무대였던 뉴욕 거리는 물론, 미국과 유럽 곳곳의 도시에서 포착한 그의 장면들은 우선 활기차고 유머러스해서 눈길을 끕니다. 대체로 귀엽고, 때때로 섬뜩한 순간순간들은 이런 것이 일상이지, 하는 감각을 되살려 줍니다. 

때로 어떤 순간은 기막힐 정도로 완벽해서, 작가의 설명을 의심해보게 하지만, 그래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것은 작가의 부지런함과 집요함입니다. 일상의 단편들을 정확하게 끄집어내기 위해, 흐름을 단호하게 멈추어내기 위해 얼마나 바쁘게 돌아다니고 신경을 곤두세웠을까, 하는 생각이 그 사진들을 더욱 사랑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어떤 장면에도, 웃음이 나지만 개운치 않은, 놀라거나 꺼림칙한데도 웃지 않을 수 없는, 나사 구멍 같은 것이 나 있어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만져보듯, 더듬어보게 됩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저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이런 것이 일상이지, 너머로 작가가 결국 가 닿고자 했던 것은 이런 것이 삶이지, 라는 애틋한 깨달음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의 미소로 우리의 생은 버티고 이어지는 것이라는 제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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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 '다-용도실'@da_yongdosil 내 공유 서가 '멈포드의 서재'@mumford_salon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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