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잃었을 때 <오늘의 인생>
나이가 들어도, 이전보다는 현명해졌어도, 조금 더 깊이 헤아릴 수 있게 되어도, 하루하루는 아슬아슬한 일 투성이입니다.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리는 것처럼, 흥분하는 바람에 스스로 정해놓은 선을 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에 괜한 말을 뱉기도 하고, 오해로 인한 실수를 저질러버리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도 뭔가, 삐끗해버린 기억을 끌어안고 돌아온 방에 누워 ‘그러지 말걸’과 ‘이러면 어땠을까’ 사이를 오가는 중입니다. 어디에 털어놓기에도 좀 창피하고, 그리 대단한 사건도 아닌데 뭘, 하며 넘어가지 못하는 스스로가 안쓰럽기도 한심하기도 한 그런 순간에 바로 이 책이 필요합니다.
하루하루의 삽화들, 작은 기쁨과 보람이 있지만 그만큼의 환멸과 화 또한 있었고, 어느 날은 우물쭈물 망설였지만 또 어느 날은 퍽 기특한 깨달음을 얻은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지나치게 낙천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염세적이지도 않은, 하지만 너무 휘몰아친다 싶을 때는 잠깐 멈출 줄 알고, 감정이 이성을 앞질러 갈 때는 결정을 내일로 미룰 줄 아는, 하루씩을 보내는 데 유용한 팁 같은 삽화들입니다.
인생의 좋은 것은 느닷없이 오고, 슬픈 것 역시 그렇게 닥칩니다. 그 사이에 낀 우리는, 예기치 않은 것들을 그때그때 받아 안거나 배드민턴 라켓 같은 것으로 날려버리거나, 적어도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해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라며 저자는 독자의 때 낀 마음을 털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단한 환희나 엄청난 절망보다 세상의 귀여운 점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올 테고, 그 귀여움에 기꺼이 마음을 내맡기는 짧은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인생이 이어진다고, 말입니다.
책의 거의 끝 무렵에 이런 만화가 나옵니다. 작가는 편집자와의 오랜 대화 도중에 둘 다 스마트폰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지금 내 시간을 당신에게만 쓰고 있어요”라는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시간을 일컬어 바로 “인생이라고 부를 소중한 것”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그 정도의 가뿐하고 다정한 온도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라면, 꽤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