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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Apr 04. 2020

실패는 언제나 운명처럼 다가온다

작년의 최종 면접 탈락 글을 읽어보며

-작년의 최종 면접 탈락 글

어두운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좌절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늘 머릿속에 꽃밭만 가득 채워진 듯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설령 그 모습이 웃겨 보이더라도, 언제나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단 욕심이 크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행복한 척이라도 못하겠다. 최종면접 탈락의 여파는 생각 외로 강력하다.

취준생으로서 탈락이란 글자에는 면역력이 강하다. 그래서 탈락할 때마다 '어쩔 수 없지 뭐.'라는 마인드로 고비를 넘겨왔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최종면접의 경쟁률은 2대 1 미만이었다. 게다가 면접장에서는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기에 지금껏 봤던 면접 중에 가장 자신 있었다.


'이거는 무조건 합격이다.'

짧지 않은 취준 생활 동안 이렇게 확신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 이러한 확신은 나만 느낀 게 아닌 듯싶었다. 면접장에 같이 들어간 지원자가 면접 후, 내게 악수까지 청하며 합격되실 거 같다고 말해줄 정도였으니.

2대 1도 안 되는 경쟁률. 고작 몇 명만 떨어지는 상황. 그런 최종면접에서 내가 떨어졌다.

처음에 믿기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면접뿐 아니라 면접장 밖 상황까지도 다시 되짚었다.


'면접대기실에서의 대기 모습이 이상했나. 면접 끝나자마자 너무 경박하게 건물 밖을 나갔었나.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던가.'

이윽고 내 능력 밖까지 되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외모가 이상했나. 너무 뚱뚱했나. 정장 모습이 어색했나. 표정이 일그러졌나.'

하나하나 내 모든 모습을 따져보다 보니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몸이 아파왔다. 생각만으로 몸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자취방에서 누군가한테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거리며, 그저 침대 위에 누워 무의미하게 하루를 흘려보냈다. 쉬고 싶어 누웠지만,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부터 지원 회사에 대한 분노까지. 꽤나 다이나믹한 감정이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이제는 지친다. 지금부터 더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더 이상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에서 도태되는 듯한 이 기분, 그만 느끼고 싶다. 모두들 다 열심히 살고 있겠지만,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고 열심히 공모전에 나갔고 열심히 인턴, 계약직 근무를 했다. 가끔 독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밤새고 또 밤새고!

그 성실함의 대가로 매 학기 장학금을 받았으며,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수상 등의 스펙을 쌓을 수 있었. 여전히 부족하고 비루한 스펙이겠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믿어왔다. 자부심을 느꼈다. 안일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면접이 뭐라고. 취업이 무엇이라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 전부가 부정당한 듯하다. 그리고 자꾸만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너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다고. 그동안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오늘 하루는 도저히 행복한 척이라도 못하겠다.



-오늘 다시 읽어보며

브런치를 새로 개설하고 나서, 그간 썼던 글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글이다. 처음엔 내가 이런 걸 썼었나 싶다가, 계속 읽다 보니 당시 잠이 계속 안 와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와다다-글을 썼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작년에 저렇게 최종면접에서 탈락하고 나서 한 며칠 후쯤이었을까? 다른 회사의 인턴 전형에 결국 합격해 몇 개월간 잘 다녔다. 비록 그 회사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탈락했지만... 하하...(참고 글 : 인턴이야기(1))


벌써 예전 일인데도 어째 지금 상황이 저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탈락'과 '실패'는 도통 내 인생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유일하게 달라진 건 하나 있긴 하다. 저때보다는 훨씬 잠을 잘 자게 되었다. (요즘은 너무 잘 자서 문제긴 하다)

그리고 요즘 또 새삼 깨달은 사실도 하나 있다. 싫어도 결국 다가오는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매번 피하고 싶었지만 실패는 언제나 정해진 운명처럼 다가왔다. 물론 실패를 하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하고 더욱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련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당시의 내 나름의 최선이었고, 그에 따른 결과였으니까.

붙을 줄 알던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고, 노력을 쏟았던 회사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예상 내의 실패들도 있지만, 이렇게 예상 외의 실패들도 참 많았다. 그러니 더 이상 다가오는 실패에 너무 아파하고 싶지 않다. 후회의 눈물을 흘려도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나는 또다시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실패를 맞이해야 한다.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건, 작년에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 같아서. 그리고 이제 곧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또 너무 스트레스받을까 봐. 그래서 미리 방어막 치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작년의 내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위로를 건네듯, 앞으로 내게도 미리 응원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나와 같은, 전국의 취준생들 모두에게도 이런 말을 남기고 싶었다.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온다는 말을.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고리타분하지만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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