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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Apr 03. 2020

2_내 뇌에서 2.7cm 종양이 보인다

원래 제가 운이 좀 안 좋아서요

첫 번째 이야기 1_뇌종양에 걸렸다


뇌종양이 있을 거 같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나서, 1월 1일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에는 그 어떤 병원도 문 여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뇌종양이란 병을 공부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프로락틴 수치가 300 이상이면 거의 뇌하수체 종양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먹은 약 때문에 수치가 높게 측정될 수 있는데, 그때는 즉시 복용을 멈추고 다시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1cm 이하의 종양 크기를 미세 선종, 1cm 이상의 종양 크기를 거대 선종이라 부른다.

약물치료와 수술, 방사선 치료 등의 방법이 있지만, 거대 선종일 경우에는 수술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 선종은 약물치료로 대체로 진행한다.

이 정도였다.


최근 복용한 약이 있었지만, 워낙 프로락틴 수치가 높은 편이라서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어, 그저 뇌종양이 아니기를 하루 종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혹시 만약에 있다고 쳐도, 수술을 대체로 한다는 거대 선종만은 아니기를 바랬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불안감에, 결과를 듣기 전부터 뇌종센터가 있는 대학병원부터 자꾸 검색했다.



새해 다음날에 곧바로 동네 영상 전문 병원에 들려 MRI를 찍었다. 혈액검사를 다시 실시하기에는 일주일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혈액 검사는 결과가 일주일 후에 나온다)

대기시간을 포함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렸을까? 드디어 내 뇌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음.. 뇌종양이세요. 그리고 뇌에서 2.7cm 종양이 보이시네요."


결국 뇌종양이었다. 근데 또 하필 그토록 아니길 바랬던 1cm 이상의 거대 선종이라니.. 당혹감과 실망감이 함께 들었지만, 나는 곧바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알고 있으셨나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애매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답했다.


아무리 전날 인터넷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나라고 해서 어떻게 뇌하수체 거대 선종임을 확신겠는가.

근데 내가 좀 운이 안 좋은 편,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 빠르게 납득했던 거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결국 전날 미리 알아본 대학병원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약간의 사담을 말하자면, 운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여전한 나인듯 싶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뇌종양이란 병이 급작스럽게 내 인생에 끼어든 순간, 비로소 무언가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을 새삼 되돌아봤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서 초조함을 감추려고 했던 지난날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맞나? 나는 정말 나를 위해주며 살았던 걸까?


그래서 이 브런치를 새로 개설했다. 내 일상을 이야기하고, 내 감정을 적어 내리다 보면, 나만의 강한 중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주위에 흔들리는 약한 중심이 아니라. 그래서 더 이상 스스로를 챙기지도 못하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고 싶어 졌다. 뇌종양이 걸리고 나서 비로소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 진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로 내용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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