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생리, "여자가 됐다"

16년차 생리 경험자의 생리 후기(1)

by 우주
94290_65124_4140.jpg 게티이미지뱅크


처음 정혈을 하게 된 경험은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일이다. 열네 살 친구 집에서 설사를 할 것처럼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더니 팬티가 검은 얼룩으로 끈적이는 것이다. 나는 아주 당황해서 대충 휴지를 뭉텅 떼서 팬티 위에 올렸다. 친구에게 귓속말로 나 피가 나온다고 했더니 "너 한 번도 안 해봤어?" 하면서 화장실 수건장에서 일회용 정혈대를 하나 꺼내서 뜯어 보여준다. "이걸 팬티에 붙이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는 날개를 팬티 뒤쪽에 붙인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는지 알겠어?"


persimmon-1102158_640.jpg Image by manseok Kim from Pixabay

얼렁뚱땅 정혈대를 붙이고 나와보니 친구 어머니께서 홍시가 달린 감나무 가지를 주셨다. 그제야 친구가 좀 비밀로 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남의 집 정혈대를 두 개(시연용으로 하나, 내 팬티에 하나)나 썼다는 사실이 죄송한 중이었기 때문에 어머님의 기쁘고 반갑다는 제스처에 크게 안심했다. 반면 홍시가 달린 감나무 가지를 보며 큰 이질감이 들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혼자 경험한 것은 축하할 일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에서 나는 시각, 후각, 촉각적으로 모두 불쾌했으며 묘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팬티가 피로 물든 것도 모르고 또 그 배가 그 배가 아닌 줄도 모르고 내가 나를 방치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rose-7325609_640.jpg steve Lee - Pixabay


집에 와서 엄마께 소식을 전하자 오늘 파티를 해야겠다고 하셨다. 아빠에겐 장미꽃을, 건너편 이모에겐 삼겹살을 끊어다 달라고 주문했다. 사촌 오빠까지 불러서 우주가 오늘 "여자가 됐다"며 축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뭐가 그렇게 축하할 일인지는 몰랐어도 오래간만에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아주 기뻤다. 여자가 됐다는 표현은 그때도 뭔가 미심쩍긴 했다. 아무리 어려도 진짜와 가짜는 구분할 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엔 "진짜 여자"와 "가짜 여자"가 있는데, "진짜 여자"는 여성이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할 때 자신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사회 문화적 맥락도 없이 한 생명이 스스로를 오롯이 이해하고 느끼는 개념이다. "가짜 여자"는 여자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쓰는 개념이다. "가짜 여자"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같은 사람을 성녀로도 만들었다가 창녀로도 만들고 오직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범주로서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첫 정혈 전까지 나는 내 몸으로 생각하고 달리고 공부했으며 나를 남의 시선으로 대상화해본 적이 없었다. 정혈을 통해서만 되어지는 그 "여자"란 대체 무엇일까? 의뭉스러운 그 말만을 뒤로 남기고 내 첫 정혈 파티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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