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그냥 비문이 돼버리는 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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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6집 <<눈썹달>>을 애정한다. 그중에서도 <바람이 분다>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연례행사처럼 반복해서 듣곤 한다..... 오래전에 이자람이 불렀던 <Belle>이라는 노래도 이따금 찾아 듣는다. 처음 듣자마자 이 노래의 정서가 프랑스 같다고 느꼈다 ( 제목부터 그렇다). 가사 중 "그대가 너무나 아파요"라는 구절이 단박에 롤랑 바르트의 책에서 나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유명한 단락이 바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J'ai mal à l'autre"인데,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그냥 비문이 돼버리는 이 문장이, 프랑스어로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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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에 능통한 분들은, 한 가지 언어를 집중해서 공부하고,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에 다른 언어에 도전해 보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아마도 맞는 말씀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외국어 실력이 늘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지만, 오늘은 기초 독일어를 들어볼까, 초급 일본어를 들어볼까 하는 외국어 방랑자의 마음은 쉽게 정박하기 어렵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의 마음이 어쩌면 가장 간절한 시간, 출근길마다 나는 기초 외국어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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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렇게 몇 개월이나마 배웠던 중국어 덕분에 짧게나마 정말 뭉클했던 순간이 있었다..... 237분 내내 들려오던 '샤오쓰'가 '넷째'라는 뜻임을 나는 그제야 알았다.....'작을 소'와 '넉 사'는 옛날에도 알았지만, 중국어를 그나마 몰랐다면, 영영 그 구겨진 메모에 적혀 있던 슬픔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삐뚤빼뚤 두 글자에서 불가항력으로 떠내려가는 개인의, 일가의 비극을, 돌이킬 수 없는 대만의 디아스포라를, 슬픔의 아시아를 읽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두 글자가 샤오쓰라는 걸 모르고 봤어도 위대한 걸작이지만, 알고 보는 게 당연히 훨씬 더 좋은 법이니까.
.아무튼 검색하고 검색해 '아마도 이자람밴드'를 알게 한 책, <아무튼,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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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독일어를 듣는다.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라이브로 맛있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책을 내어 네이티브는 독일어를 쉽게 말한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출퇴근 시,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구독한 에밀리 독일어로 오상을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