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17. 저에게 글쓰기는 매일매일 스스로를 구원하는 힘이었어요. 물론 단 한 번에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마법의 약 같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쓸 수 있는 날'과 '쓸 수 없는 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어요. 글을 쓸 수 있는 날은 '살 만한 날'이에요. 글쓰기는 제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생각을 마블링 기법처럼 제 마음의 바다 위에서 떠내는 작업입니다.
18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면, 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시각화의 효과, 청각화의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는 가만히 앉아서도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에 보이는 하나의 세계를 즉시 만들 수는 없잖아요. 영화의 흐름을 쫓아가기에도 바쁘니까요. 글을 쓰면 그것이 아주 짧은 한 문장이라도 눈에 보이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지요. 우리의 숨어 있는 재능, 쓰지 못한 잠재력을 능동적으로 쓰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역동적인 치유의 행위예요.
22 저에게 재능이 있다면 감동하는 재능이 아닐까 싶어요. 매우 쉽게 감동하고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우는 예민한 감수성은 살아가는 데는 불리하지만 글을 쓰는 데는 유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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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저는 줌파 라히리의 글쓰기를 좋아하는데요. 줌파 라히리가 어떻게 새로움을 창조하는지 바라보면 경외감이 들어요. 그녀는 이미 영어 사용자라는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거기에 멈추지 않고, 일부러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이탈리아어로도 소설을 쓰고 있어요. 한 가지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작가의 열정과 부지런함, 그런 태도를 배우지요..... 멋진 작가들을 보고 '기가 죽기'보다는 '기를 쓰고 배우는 것'이 나으니까요.
26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는 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뜻이니까 정말 멋진 일이에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냥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그 글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고, 내 가슴속 우울을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할 말은 없는데 쓰고 싶다'라는 말은 사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거짓말이에요. 분명 무의식 어딘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의식이 아직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죠.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에요. 바로 그 '내 안에 있지만 아직 표출되지 못한 비밀'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진정한 희열이지요.
31 주제를 고르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공부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항상 글감을 찾아요. 그런데 그 글감은 글을 쓰기 위한 주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삶의 가치를 공유할 것인가'와 연관되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지요.
33 어휘력과 아이디어는 같이 오기 때문에 따로 단어 공부를 하기보다는 이렇게 텍스트 전체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공부가 필요해요. 때로는 없는 단어를 창조해 낼 정도로 도발적인 상상력이 필요해요.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선 언어를 뛰어넘어 사유해야 해요.
34'그 문장은 왜 아름다울까'를 생각하는 것이 문장 훈련에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36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사건이나 현상을 만들어냈는지, 그 이유와 과정을 찾아내는 일이 곧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39 외부의 사건과 내면의 공부가 만나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글감을 찾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곳이 빛나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해요.
40 글을 쓰면서 치유와 위로의 기쁨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그 글을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거든요. 위로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내가 내 아픔에 솔직해지는 글을 쓰면 그걸로 충분해요.
44 이렇게 나의 사적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나의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느껴지는 순간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더 기특하고 애틋하게 바라봐야 해요.
45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장작처럼 불태워서 다른 사람의 추운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기쁜 의무감을 충족하는 글쓰기가 저의 꿈이에요. 그렇게 '나의 이야기'와 '타인과의 공감대'사이에서 균형을 잡지요.
52 대처 안 합니다(웃음). 대처하려다가 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악평과 악플은 말 그대로 악의를 가지고 있거든요. 악의를 향한 방어에도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지요. 악플을 남긴 사람은 생각을 전혀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럼 악플을 생각하는 순간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생각하는 시간 자체를 극도로 줄여야 '그럼에도 전진하는 나'를 지킬 수 있지요.
66 항상 미술, 영화, 음악,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산다면, 영감이 고갈될 일은 없어요.
68 저는 사전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읽기도 해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서너 페이지 읽고 나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해요. 산책, 잠, 목욕, 여행 그리고 새로운 책 읽기, 좋은 사람 만나기. 이런 방법들이 주로 제가 쓰는 방법들이고 지금까지는 언제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73 그런데 그 자괴감 속에는 뜻밖의 자존감도 깃들어 있다. 바로 '나'라는 존재는 결코 이력서나 프로필로는 요약될 수 없다는 내 안의 외침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결코 몇 줄의 이력서에 나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믿음이야말로 내가 이력서를 쉽게 쓰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88 인생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이 전환점을 지나면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겠구나 싶은 예감이 들 때마다, 내 안에서 나를 일깨우는 더 강인하고 지혜로운 나의 모습이지요.
89 글을 쓸 때 저는 잠시 내성적인 나를 내려놓아요. 내면의 방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꺼내서 벼랑 끝에 몰아세워 세상 밖으로 날아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가 되어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 너머까지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 가장 닿고 싶은 세계는 독자의 마음속이거든요.
91 그런데, 고통 속의 희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글쓰기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채로운 자기 발견의 기쁨을 주는 마음 챙김의 몸짓입니다. 마음을 다해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가슴 깊숙이 숨겨둔 상처와 대면하여 나를 치유하는 기쁨도 누립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걱정거리와 아픔으로부터의 거리 두기에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작가가 되지 않아도 글쓰기는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최선의 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내적 힘을 지니고 있지요.
98 다만 계속 포기하지 않는 것, 악평을 듣더라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그다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되든 안 되든 최대한 자주 글을 쓰는 것, 글쓰기를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계속한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책, 끝까지 쓰는 용기_정여울
책 읽어요
퇴근 후, 책방
수목금 8_10시
예약 후 일정 조율 후 입장 가능 안내 메시지 발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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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예약 ✔️ 수다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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