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푸드코트서 쨍한 파란 옷을 입고 맥주를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108페이지에서 거울 저편의 겨울 7의 거울 뒤편의 백화점 푸드코트 초로의 지친 여자가 선명한 파랑색 블라우스를 입고 두 병째 맥주를 마시고 있다를 읽으며 잠시 멈추어, 그런 적 없으니 오히려 그런 장면이 되고 싶어진다. 언제 버스를 타고 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일부러 만드는데, 그날은 이 장면일 수 있겠다. 이런 장면은 있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공간 루틴이 있는데 시의 장면에 영감을 받아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는 건 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달까.
책, 안간힘에서 작은 말다툼 후 부인이 누워있는 자세로 똑같이 누워보니 그 행동을 그 자세를 그 장면을 취해보니 아까의 말다툼에서 해소되지 않은 이해되지 않는 무언가가 이해가 되더라는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이런 장면을 취해 내가 장면을 취해본다는 건.
누군가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지향한다니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을 설핏 취한 그럴 수 없다는 반대를 들었다.
책방 수다서가는, 방문수업을 하며 딱 2년 해보자 하며 코로나 시절의 어떤 특수성과 시의성을 염두에 두며 집에서의 여러 가지 난제로 붕 뜰 공간이 필요하며 책방에 대한 갖가지 생각들을 펼쳐놓아야 하며 마흔 중반 기점 희미해지는 머릿속에 더 희미해지면 희미해질 나이의 기로에서 서며 해보자 하며 분명 아주 소수이나 연결점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책방 할머니가 아닌 이상, 어떤 할머니로 그려보고 싶은 상이 있진 않았다를 생각하며 최종적으로 해 본 일이다.
그 장면들을 취하면서 후회와 시도와 고민 등이 교차할 것을 예상했고, 예상한 대로 어떤 반문의 허울을 쓴 반대 같은 말들, 코로나 시의성으로 인해 받은 지원금들, 집의 난제로 떨어져 있는 관점들, 갖가지 방법론 중 하나를 함께 하는 사람들 등 생각과 관계와 연결등이 일어났다.
그 장면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를 것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섞인 결정의 장면인데, 그래서 나는 파랑과 같은 쨍한 색의 초로의 여인으로 어느 푸드 코트에서 언제 여행에 대한 책과 정보를 보고 그곳을 찾아가는 심정으로 그 장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