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쪽, 자연에서 위안을 얻다 보면 저절로 겸손해 진다. 그 앞에서 나는 너 무나 작다. 눈에 다 담을 수도 없는 광활한 자연을 보고 있으면 숨이 고요해 진다. 사소하게 쪼잔하게 굴던 나의 마음 씀씀이들 이 부끄럽다. 자연을 쓴다는 것은 공감 보다는 교감의 영역이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글이 써지면, 읽 는 사람은 그 글과 교감 한다. 누군가에게 풍경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는데, 얼마나 묘사 가 섬세한지 그의 풍경이 나에게도 생겼다. 이것은 나만의 풍경이다. 그가 썼고 내가 교감했지 만 그의 것과 나의 것은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교감한 것은 계속 재생산된다.
글자는 고정되어 있지만 그 글로 인해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풍경은 그 글을 읽고 느끼는 수만큼 만들어진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프롤로그 중에서- 불행 울타리를 두르고 어둠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사랑과 연대의 편지 ......어떤 면에서는 지식도, 상식도 부족하겠지만 그저 당신이 나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경험에서 비 롯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인지라 표현에 한계가 있어 어떤 문장은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 겠지만, 나는 결코 당신에게 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래 당신의 편이고 싶다. 당신이 이 책을 읽은 후 모든 내용을 잊어도 괜찮다.
....다만 나와 이 책에서 만난 일은 변치 않을 진실이므로 당신이 조금 더 든든하기를, 책을 덮고 나서는 스스로의 아픔을 면밀히 해석하고 해독 하기를, 그래서 기어코 불행 울타리를 깨고 나와 닿음이 소중해진 사회에서 온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김동식 소설집으로 토론하기> 223쪽
라면이 붇기 전에 어서 전화를 끊고 싶다는 생각뿐이지 않았 습니까?
-단상-
자연과의 교감은, 혜택이다. 바다를 보고 자라고 알게 된 일이다. 바다가 준 필터링은 바다이다. 바다가 준 것은 그대로 바다이다.
든든한 한 사발을 마신 듯, 든든한 비빌 언덕을 삶인 글에서 찾은 사람들이 당신이 든든하길 바란다는 말을 글에서 전한다.
김동식 소설집에 한 문장.... 라면이 붇기 전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 은, 일반적이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면서, 책의 가치재판이라는 짧은 논제거리의 문장을 읽으면 새벽녘 머리가 복잡하게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장르를 섞을 필요 가 있다. 한쪽으로 기울 수 없어서, 여러 가지 방향을 보아야 일방향을 보고 여기가 맞다고! 우기는 상을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 있는 주제와 문체로 글을, 아니, 삶의 시선을 대하고 싶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이 잠시 또 비워지므로, 다양한 관점을 채워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