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 문장 3, 단상 1
교차 독서 ep.1
책 3, 문장 3, 단상 1
1. 가만히 혼자 있고 싶은 오후 - 장석주
2. 그 여자 나하고 이름이 같아 - 이영주
3.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191 내가 이토록 숲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한여름 갈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로 울울창창한 활엽수림들이 내뿜는 서늘한 기운을 좋아한다.......
낙엽 아래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흙냄새를 맡으며,
숲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눈을 감은 채 바람이
나뭇잎들을 흔들며 내는 소리, 갖가지 새들의 노랫소리,
계곡 낮은 곳에서 흐르는 물소리들에 귀를 기울인다.
-책, 가만히 혼자 있고 싶은 오후
62. 2인칭의 자세
...... 볼 수 없는 얼굴을 너는 자꾸 보는 척한다.
그 얼굴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너는 텅 비어 있으니까 꿈같은 건 없으니까
잘 망하고 싶다는 막연한 안부를 전하고
너는 자꾸 우는 소리를 낸다
다른 불행을 지어내서 열심히 울다 보면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거니 나는 처음부터
그것이 궁금했다
너는 자꾸만 내 불행을 따라 하고 나는
점점 옷을 벗고 가벼워진다
고통이 없는 것이 불안해서 너는 식물의 뿌리를
자르고 화분에 머리를 박는다.
그것이 너의 모닝 인사 화끈하게 어디에도 없는
하루를 시작하지 기분이 근원을 모르면서 산책을 시작하고
-책,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십 대 중반의 젊은 여성에게는
그만의 삶이 있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수다도 떨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 그런데 그 모든 걸 다
뒤로 미루고 부모 간병을
하면서 어떻게 마음이 다
좋을 수 있을까. 어쩌다
며칠도 아니고 간병 기간이
몇 년씩 계속되면 힘든 것이
당연하다. 완벽히 괜찮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 딸은 이기적
이 아니라 이타적이었다.
오히려 스스로를 조금 더 챙겼더라면
조금 더 이기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몸도 마음도 지치면...
그 누구도 돌볼 수 없어진다.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카푸치노와 토마토파스타는 역시
조합이 좋다. 세계의 접점과
동그란 엉덩이와 냅킨말이
스푼으로 저녁이 하나의 세계다.
하나의 문을 닫고, 천천히
가게안가게를 눈으로 훑어본다.
왼쪽 벽은 텅 비어있다.
아니 텅 비어있기 위해
존재한다.
책, 쓰고 있는 <타자기미니에세이>
-단상-
젊은이에게는 젊은 시간이
필요하고 늙은 사람에게는
늙는 시간이 필요하지.
점점 텅 비어지기 위해 노력하지.
근원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하고.
어젠, 마일스라는 재즈바에 스무 살
아들이랑 갔다. 재즈라는 노래에 얹은
보컬의 목소리에 눈물바람이 나던 걸
슬며서 말렸다.
재즈라는, 베이스라는, 피아노라는,
마일스라는... 이런 공간을.. 못 보고
없는 존재들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오, 이런 잘못하면 통곡 즘 넘어갈
기세라, 다른 생각을 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세계가 좀 더 너른 저변으로
나아갔으면 했다.
바라는 것이 다 달라서 바람대로
되지 않는 세계의 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