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강유정 유은실
제가 말하는 사진은 그런 사진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사진은 가족사진 혹은 아니, 사람들을 표현한 사진들이죠. 저는 풍경 사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남자들, 여자들의 사진이 저를 글 쓰게 만들어요. 저 자신은 사진을 찍지 않거나 찍는 일이 매우 드물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제약이나 여행에서 감정의 흐름을 깨는 일, 다시 체험하는 즐거움은 전혀 없이, <다시 본다는 즐거움>의 가정을 위해 현재를 망치는 일처럼 보이거든요. 다시 체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억과 글쓰기예요. 저는 옛날 사진들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질서가 있는 사진들이요. 어쩌면 죽음의 질서일까요? _아니 에르노_진정한 장소
저는 사진이 생보다는 죽음 쪽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죽음, 소멸 쪽에서 고찰한 삶이죠. 사진은 정지된 시간일 뿐이에요. 그러나 사진은 구원할 수 없어요. 아무 말이 없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 과거의 고통을 파고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글은 구원하죠. 그리고 영화도요. 어쩌면 그림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무엇보다 글이 그래요. 81_82
_아니 에르노
세상을 견딜 체력_
최근에 하게 된 생각 중 하나는 리얼리즘에는 체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얼리즘이란 냄새나는 어두운 세상을 사실 그대로 비추는, 좁은 의미의 리얼리즘이다.
_강유정_시네마토피아
순례 주택을 읽었어요. 순례 씨는 야무져요. 분에 넘치게나 도덕을 등지거나 해서 번 돈에 마음이 무거워서 순례 씨가 소유한 순례 주택은 보증금 없는 월세로 필요가 정말 닿을 사람을 정해 세를 받고, 대출업자로 돈을 모으게 된 남편과는 이혼을 해요. 또한 아들은 순례 씨 남편 즉, 아버지의 돈을 상속받으며 순례 씨 즉, 어머니에게 각서를 써요. 순례 주택에 대해서 상속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으로요. _유은실_순례주택
하루 종일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서 가짜와 진짜와 구분하려면 단단한 독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 나만의 독법을 마련하는 일, 거기에 하나의 예문이 되면 족하다 싶다. 6
세상을 읽기 위해선 글을 읽어야 한다. 이 우매한 고집이 세상을 연민할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 나의 꿈보다 당신의 아픔이 먼저인 세상. 7
미국이 역사가 짧은 나라라지만 그 역사성을 아카이브로 잘 보존하고 있는 나라 역시 미국이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영화 강국이 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자본과 기술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미국은 영화를 통해 역사를 기억한다. 상업적 작품도 많지만 기록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철학을 담은 작품도 많다. 미국이 곧 영화고 영화가 곧 미국인 측면이 있다. 27
영화 시민 케인 1941에서 케인은 "내겐 사람들이 뭘 생각할지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있소."라고 부르짖는다. 케인은 프레임을 만들고 퍼뜨리면 현실이 된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케인뿐 아니라 실존 인물 허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옐로저널리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 역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다.
맹크와 오슨 웰스는 언론이 가진 힘을 알고 있었다. 뉴스가 만들어내는 연출된 감정들이나 가짜 정보들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미국엔 트럼프식 거짓 선동을 따르는 대중도 있지만 그런 거짓과 맞서는 언론과 그것을 재현하는 영화적 용기도 있다. 이 혼동 속에서도 미국이 나름 유지되고 있다면 바로 이 오래된 자정 능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29
밀실을 가득 채운 된장찌개 냄새가... 생래적 미각을 자극한다.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감각적 설득을 시도 중인 것이다. 67
예술가들의 그럴듯한 통찰은 소위 우주적 차원의 예언이 아니다. 사기꾼은 우주의 힘을 빌릴지 몰라도 예술가들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말의 뒤태를 보고, 괄호 속에 감춰 둔 것을 들춘다. 그런 것을 연습하고 , 학습하는 게 인문학이고 그런 사람들이 바로 작가며 예술가다. 72
이런 풍경이 영화적 미장센이 아니라 사실주의적 재현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쁜 사람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실수하는 게 아니다. 행동은 이미 선택의 결과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선택이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 즉 책임을 지기 위해서 우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76
_강유정_시네마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