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오래 시선이 머무는
산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오래 시선이 머무는 나무가 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을 내는 소나무다.
겨울이 와도 잎을 내려놓지 않는 나무.
찬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도 묵묵히 초록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는다.
소나무는 좋은 환경을 골라 자라지 않는다.
돌이 많은 땅에서도, 바람이 거센 언덕에서도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인지 가까이 서 있으면 어떤 말보다 단단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숲 속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퍼지는 솔향이 있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게 만드는 향.
잠시 걷다 보면 마음속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화려한 꽃은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소나무는 늘 그 자리에 남아 풍경을 지킨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 앞에 서면 알 것 같다.
오늘은 잠시 걸음을 늦추고
소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본다.
아무 말 없이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