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다른 나쁜 생각

누군가에게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와 함께 걷고 싶었다.

by 우정우

나의 생각이 수시로 선을 넘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나는 죽음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어떤 밤은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손에 쥐고 싶다는 충동이 타올랐다. 이런 불길에 휩싸이는 내가 낯설고 무서웠다. 이불을 움켜쥐고 눈을 꼭 감고 날이 밝을 때까지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기로 나와 약속한다. 눈을 뜨고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테니까.


즐겨보던 영화는 못 본 지 몇 년이 되었다. 책은 읽을 수 없었다. 음악은 듣기 싫었다. 유튜브는 시끄러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할 수 없었다. 산책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몇 시간을 걸어도 안정을 찾기 어려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나의 불안 장애를 인지하고 공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나의 산책은 대부분 쓸쓸하고 공허했다. 실컷 걸어도 개운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산책을 나가는 횟수가 줄었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늘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나쁜 생각이 먼지처럼 쌓였고 제때 털어내지 않으면 나는 또 선을 넘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나의 나쁜 생각을 막기 위해서 나는 다른 나쁜 생각을 끌어왔다.


'내가 입양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잖아.'


죽어가는 나를 살리기 위해 죽음 앞에 놓여있는 한 생명을 붙들고 싶었다. 그러면 아무 의미 없는 내 인생이 조금은 채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어 나를 구원하고 싶었다. 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교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나는 오래 사랑했던 사람에게 버려졌다. 그리고 나는 길을 잃었다. 내가 구축했던 미래는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나도 함께 망가졌다. 폐허가 된 마음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가엾게도 사랑받고 싶은 아이가 아직도 숨 쉬고 있었다. 이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나는 다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사랑할 존재가 있을 때 강해지곤 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와 함께 걷고 싶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