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한 그루의 나무

나는 눈물을 닦고 [유기견 입양]을 검색했다.

by 우정우

나는 약이 두려웠다. 고통의 원인이자 지탱의 이유인 내 예민한 감각을 약이 빼앗아갈까 두려웠다. 나는 나를 수시로 괴롭히는 예민함을 미워했으나 그 마음의 크기는 애정보다 작았다. 이 까탈스러운 친구 덕분에 나는 창작할 수 있었고, 창작이 주는 몰입의 충만함을 이 친구로부터 종종 선물 받곤 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지금의 나에게 글을 쓰겠다는 목표는 죽음에서 삶으로 나를 끌어주는 유일한 지푸라기였다. 그런데 이 지푸라기가 곧 끊어질 것 같았다.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에 나는 약물 치료를 결심했다. 약을 복용하자 뇌에 낀 안개가 걷히며 집중력이 향상됐다. 행복했다. 진작 먹을 걸. 그러나 약의 개수를 늘리자 위기가 찾아왔다. 하필이면 나는 약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였다. 내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 안 그래도 없는 식욕은 더 감퇴되었고 때론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화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오심과 오한이 찾아오기도 했다. 몸과 마음은 점점 축이 났다. 겁이 났다. 약도 날 거부하는구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부모님께서 키우는 강아지 ‘봄’이 생각났다. 봄과 함께 걷고 싶었다. 엄마에게 이 마음을 전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만 봄과 살고 싶다고. 내가 난감한 부탁을 할 때마다 엄마는 주저하며 잠깐 입을 꾹 다물곤 했는데 이번에도 불안한 침묵이 엄마와 나 사이를 밀치고 지나갔다. 엄마는 아빠에게 얘기해 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엄마가 아빠에게 이 말을 전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엄마는 아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했다. 엄마는 속은 곪아도 겉은 반지르르한 가정의 평화에 집착했다. 그 집착의 희생양은 언제나 나였다. 아빠의 폭력에 나는 저항할 힘이 부족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저항은 아프고 억울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빠는 그런 나를 보고 독한 년이라며,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더 독하게 때리곤 했다.


20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아빠를 두려워하는 걸 선택했다. 나는 외로웠다. 나는 왜 또 기대했을까. 수십 번 좌절하고도.


상담 치료를 처음 받던 날 선생님께서는 내게 나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며 나에게 질문하셨다.


- 이 나무가 어때 보여요?

- 외로워 보여요.

- 언제부터 외로웠을 것 같아요?

- 이곳에 심겼을 때부터 외로웠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알려주셨다.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양치를 했다. 거울에 비친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나는 펑펑 울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유기견 입양]을 검색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검색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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