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 눈빛

나는 그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by 우정우

버려진 존재는 유혹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길을 걷다 멈춰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귀여움 같은 건 찾기 힘들다. 그들은 대부분 늙었거나 병들었거나, 늙거나 병들지 않았다면 수요가 없는 종들이었다. 유기견을 데려와 씻기고 치료하고 훈련하는 보호소도 있었지만 그런 시설은 드물었다. 대개는 구조된 모습 그대로 비좁은 철장에 보관돼 있다가, 기간 내 입양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처리돼야 했다. 15일 이내 기존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관할구청 소속이 되고, 공고 후 15일 이내 새로운 가족이 생기지 않으면 죽임을 당해야 한다.


유기견의 처지는 나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 또한 늙고 병들었다. 우리에게는 끝없는 절망과 외로움이 있었다. 그 어떤 이도 나를 구원해주지 않을 것 같은 절망과 두려움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귀여움이나 생기발랄함, 단정함 따위를 찾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내 마음을 따져보았다.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실력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반려견을 키우는 일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내가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면 나는 반려견 입양을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생활비와 저축액을 제외하고 매달 백만 원가량의 여유금이 있었다. 집은 사람 2명이 생활할 수 있는 크기였고 가까운 곳에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나의 아픔을 믿었다. 버려진다는 것이 어떤 아픔인지 알기에 한 번 버려진 강아지를 또 버릴 순 없을 거라고. 도저히 그럴 순 없을 거라고. 적어도 나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나는 '포인핸드'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포인핸드는 전국의 유기동물 공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나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미래의 가족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한 강아지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검은색 푸들이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털 때문에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쪽 눈만 겨우 보였다. 그런데 그 눈이 나를 끌어당겼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강아지의 눈이 떠올랐다.


아주 깊었다. 여느 강아지의 눈빛과는 달랐다. 이상하게도 그 강아지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 나는 위로를 받았다. 그 눈에는 버려진 처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여전히 사랑하는 따뜻함도 있었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들이며 절실한 것들이었다.


나는 그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 눈이 생(生)에 대해 말해주는 것을 귀담아듣고 싶었다.



하루의 공고 사진 ©평택시 유기동물 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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