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감각마저 사라질 정도로 똑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은 고도(Godot)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도에 대한 설명은 극히 제한적이며 그 설명마저도 부정확하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고도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해한 내용이지만 읽다 보니 이들의 바보 같기도한 기다림이 인간의 삶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현대인의 감으로 불현듯이 깨달았다. 작가의 시대 배경을 생각했을 때,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확장 속에서 기계부품으로 취급되던 당시의 인간상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포조와 럭키의 등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인생의 불안정성을 상징하며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은 고도에 대한 갈망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고도란, 소설에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표현이 없었던 만큼 돈, 자유, 평화 혹은 죽음 등 저마다 다른 가치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