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Silica Gel)-Andre99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외국 작가 중에서는 헤세가 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것 같다.
헤세의 글에서는 자전적 요소가 돋보이는데 그러한 요소 때문에 글을 읽으며 양가적인 감상이 들 때도 있다.
그의 책에서 주인공은 사랑에 상처받은 과거가 있으며, 남성인 동성 친구와 함께 삶과 내면세계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잦다. 또한 친구와의 그러한 교감은 대개 사랑과 우정의 경계가 흐릿한 모습을 보인다.
비슷한 양상이 여러 작품에서 눈에 띄다 보니 때로는 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세의 작품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묘사를 읽는 재미는 물론 그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작가가 매번 조금씩 다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인 것 같다.
"크눌프" 역시 그러했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운 방랑자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작가의 오래된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헤세는 늘 인물의 삶을 통해 독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다.
크눌프의 삶은 사회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완벽하거나 이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외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만약 크눌프같이 재능 있고 생기 가득한 사람들이 우리의 세계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되,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 1935년 2월 23일 한 독자에게 쓴 편지 중에서 - <크눌프>, 헤르만 헤세 지음 / 이노은 옮김.
https://youtu.be/XYzZauasszI?si=tIVTWvPpLXG4K_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