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오닐의 자전적 희곡이다.
가족으로 얽혀 서로가 서로의 덫이 되어버린 경우를 우리는 낯설지 않게 목도해왔다. 유진 오닐의 삶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리와 타이론 부부, 그리고 부부의 아들들은 서로를 미치도록 애증함과 동시에 이해하려 애쓴다.
"밤으로의 긴 여로"라는 작품 제목은, 작가 유진 오닐이 자신의 어두운 가정사를 되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가히 여로라 할 만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안개라는 키워드가 특히나 기억에 남았는데, 극 중 에드몬드가 우울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안개 속에 있는 사람으로 비유한 것이 매우 시적임과 동시에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전 안개 속에 있고 싶었어요. 정원을 반만 내려가도 이 집은 보이지 않죠. 여기에 집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거죠. 이 동네 다른 집들도요. 지척을 구분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들렸어요.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였죠.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을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에 저 홀로 있는 거요. 저 항구 너머,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땅 위에 있는 느낌조차도 없어졌어요. 안개와 바다가 마치 하나인 것 같았죠. 그래서 바다 밑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래전에 익사한 것처럼. 전 안개의 일부가 된 유령이고 안개는 바다의 유령인 것처럼. 유령 속의 유령이 되어 있으니 끝내주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밤으로의 긴 여로> 中 , 유진 오닐 지음 / 민승남 옮김
유진이 아내 칼로타에게 바친 헌사에 의하면, 밤으로의 긴 여로는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극’이라고 한다. 자신의 쓰린 가정사를 반추해 가며 글을 써 내려갔을 작가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진이 써 내려간 글이 훗날 불멸의 고전이 되었다는 점에서 유진의 여로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아픔을 위로해 준다는 것이다.
https://youtu.be/37BbRTJd4PM?si=oJ0A5mp-XTE9c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