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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r 04. 2022

체취를 남기는 일


옷을 입은 채 돌아다니는 흰 강아지를 봤다.

옷을 입힌 채로 버린 것일까, 버려진 것이 안타까워 누군가 옷이라도 입힌 것일까.

점점 따스해지는 3월의 날씨에 누가 저 옷을 벗겨줄지 걱정이 들었다.

자신의 체취를 여기저기 묻히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작은 개 한 마리.

그 작은 생명 하나에 책임감의 부재, 옷으로 건네는 온정, 우려의 시선이 마구잡이로 뒤섞인다.

나란 존재가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 나를 떼어내고 싶어 하고, 옷이라도 잘 입고 다니는지 걱정하고, 앞으로 잘 살지 걱정하고.

길 위를 방황하는 흰 강아지 한 마리와 내가 무엇이 다른가.

잘 살아가는 건 어떤 시선에도 나의 체취를 어딘가에 남기려는 발걸음으로 나타난다.


취업으로 향하는 잦은 낙방에 도전조차 겁이 나는 내게

강아지 한 마리가 어서 세상에 나의 체취를 퍼뜨리라고 말해주고  제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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