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1

아이디어

by 원숭이마법사

작은 달리기. 나만의 작은 달리기를 시작한다.


운동화 끈의 매듭을 바라본다. 신발을 산 이후로 한 번도 고쳐본 적이 없는 매듭이다. 매듭은 처음 묶었던 그대로 단단히 감긴 채로 대체로 두 번의 계절을 보냈다.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운동화는 어딘가 나와 닮아 있다.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았지만 밑창은 닳아 있는, 때가 타지 않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 스우시 마크가 박음질된 무난한 운동화다.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운동화”

나는 내 머릿속의 생각을 조심스레 포장하여 입 밖으로 꺼내 보았다. 운동화는 충분히 닳아 있다. 달리지 않았음에도 닳아 있는 운동화라니. 역설적이지만, 현실에는 꽤나 실존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극과 극의 사나이가 이야기한대로 뒤틀리고 균열이 생긴 시간을 바로잡기 위해 달리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모르지만, 달리다 보면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비가 몹시도 내리는 장마철에 예고없이 떨어지는 천둥번개처럼 아이디어는 그렇게 떠오르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보폭을 좁히고 리듬에 맞춰 한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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