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 존재하지 않는 세계

by 원숭이마법사

"내가 스스로 떠난 적은 없었어. 냉정하게 끝을 선언하고 떠나 달라고 말한 건 너야.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지만, 그리고 네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너를 기다렸어. 그때 네가 문을 두드린 거라고 말했지만, 모르겠다, 그건 내 주변을 맴돈 것뿐이지, 실제로 나에겐 어떤 말도 걸지 않았잖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맴도는 일조차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는 이해할 수는 있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수없이 해보았지만, 이런 장면을 그리지는 않았다. 물론 상상 속의 그녀도 지금 내 눈앞의 여자와는 다르다.


"여기까지" 박사가 말했다.

"상당히 미화하고 있군요. 당신 머리에 담겨 있는 그녀는 없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당신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흔히들 하는 착각입니다. 그런 지독한 일이 없었더라도, 분명 다른 종류의 비극을 겪었을 겁니다. 삶이란 경험이고, 인간은 경험을 늘 상대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정말로 그래요. 지금의 당신은 별다른 어려움이 아닌 일을, 과거의 당신은 넘지 못한 벽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미래에 닥칠 고통 속에서 오늘을 평범한 하루로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도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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