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그 이상의 역할에 대하여

아빠에게 헤드폰이 필요한 이유

by 원숭이마법사

올해 봄에 새로운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을 샀다.

B&O 베오플레이 H95. 오디오 브랜드 뱅 앤 올룹슨의 95주년 기념 모델이다. 100주년도 아닌 95주년 기념이라니...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소비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워낙 좋은 평을 받고 있어 선택했다.


20210815-DSC01834.JPG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B&O H95.


원래 BOSE QC35 무선 헤드폰을 쓰고 있었는데, 첫째가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이 헤드폰을 첫째에게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헤드폰을 구매한 것이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다시 한번 인과관계를 명확히 한다. 내 헤드폰을 아이에게 양보하다 보니, 내가 쓸 것이 없어 새로 구매한 것이다. 정말이다.)


이어폰을 쓰긴 하지만, 헤드폰이 유난히 좋을 때가 있다. 가장 좋은 건 겨울 야외에서다. 음악 혹은 오디오북을 들으면서도 귀를 보온할 수 있다. 겨울에 귀가 시려 스타일 상 귀마개가 꺼려진다면, 헤드폰은 좋은 대안이다. 고품격 귀마개가 역할로 손색이 없다.

화면 캡처 2021-08-15 140401.png 불행히도 이런 멋진 느낌은 내가 착용했을 때에는 나진 않는다. (출처: 뱅 앤 올룹슨 홈페이지)


사실 보온 역할을 위한 귀마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음 차폐를 위한 귀마개도 있다. 그리고, 나에겐 이 기능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조용히' '얌전히'와 거리가 멀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노는 소리, 다투는 소리, 엄마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리, 혼나는 소리 등등 아이들과 함께 살면 조용한 공간이 그리워진다. 요새 우리 아이들은 '원카드'에 빠져 있다. 나는 원카드 카드게임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게임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왜 마지막 카드를 내며 "원카드!!"를 그렇게 큰 소리로 외쳐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인간의 입으로 낼 수 있는 추임새와 효과음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도 아이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헤드폰은 이런 소음 속에서 나를 잠시나마 해방시켜 준다. 특히, 요즘은 '노이즈 캔슬링'이란 기술까지 더해졌다. 완벽한 차폐음은 아니더라도 살짝만 음악 볼륨을 높이면, 나는 다른 공간의 내가 된다. 신기하게도 전쟁 같던 눈앞의 상황도 평화로운 BGM이 덮어버리면, 영화 속 장면처럼 평화롭게 다가온다.


물론 완벽한 집중이나 탈출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다가와 끝내 헤드폰을 벗게 만든다.

"아빠, 홈마트 갔다 와도 돼?"

"아빠 할 일 다 했어. 놀아도 돼?"

"아빠, 심심해."

"아빠 이건 뭐야?"

현실세계의 끝없는 소환. 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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